야구는 9회말 2아웃에서 끝내기 홈런, 농구에서는 4쿼터 종료 직전 버저비터. 그리고 오늘 서울과 제주의 경기에서는 종료 직전 터진 산토스의 골이 제주를 패배의 순간에서 건져냈다. 서울은 경기 내내 제주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면서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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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 백업 멤버의 가능성 확인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송진형과 홍정호, 그리고 박병주가 이적조항과 경고누적 등으로 결장하면서 선발 라인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됐다. 홍정호의 자리는 지난 포항전에서 한용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마다스치와 함께 중앙 수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박경훈 감독의 선택은 한용수가 아닌 오반석이었다. 오반석은 마다스치와 함께 서울의 데얀을 집중마크하며 그의 득점을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오른쪽 풀백 자리에는 최원권도, 박진옥도 아닌 김준엽이었다. 지난 시즌 R리그에서 주로 윙포워드에서 활약했던 그는 풀백으로 포지션 변신을 했고,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풀백으로 출전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김준엽은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서울의 측면을 누볐다. 중앙 미드필드 자리는 권순형과 오승범이 안정감있는 경기운영을 펼치며 송진형의 공백을 잘 메웠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오반석, 김준엽 등 그 동안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들을 출전시켰고 그들의 플레이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빠듯한 경기일정에도 두터운 스쿼드를 가동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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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용수 감독의 김현성 카드, '적중'

 

서울은 제주만 만나면 날아다니는 데얀을 믿었다. 데얀은 2008년 서울 입단 이후 제주를 상대로 9골 3도움(컵대회 포함)을 기록했다. 작년 제주와 두 번의 맞대결에서도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제주 킬러'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는 오반석과 마다스치의 집중마크 때문에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최용수 감독은 고민 끝에 김현성 카드를 만졌다. 부진했지만 한방이 있는 데얀을 빼는 것은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터. 그리고 최용수 감독의 용병술은 정확히 적중했다. 후반 27분 교체해 들어간 김현성은 4분만에 '0'의 균형을 깨는 선제골을 터트렸다. 몰리나의 코너킥을 방향만 살짝 바꾸는 감각적인 헤딩슛을 터트린 것. 김현성은 지난 시즌 대구에서 임대생활을 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득점력이 물이 오른 상태였다. 이날 서울 유니폼을 입고 첫 득점에 성공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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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주의 '에이스'는 역시 산토스였다.

 

전반전, 제주는 서울에게 슈팅 숫자에서는 밀렸지만 볼 점유율에서는 앞섰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볼 점유율마저도 서울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설상가상으로 선제골을 내주기 까지 했다. 서울은 거침없이 제주의 골문을 두드렸고, 제주는 수비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수비를 하며 역습을 통해 서울을 공략하던 제주는 후반 종료 직전 동점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 직전 송호영의 슈팅이 김용대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왔고 서동현이 재치있게 허재원에게 패스를 했다. 그리고 허재원은 골대 앞에 있는 산토스에게 정확히 크로스를 올렸고, 산토스는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포항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던 산토스가 이번에도 패색이 짙던 순간에 '한방'을 터트린 것이다. 이날 1골을 추가한 산토스는 5골 3도움으로 리그 공격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제주는 이날 경기까지 9경기에서 5승3무1패를 기록하며 승점 18점으로 리그 단독 2위다.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가 없이 끈끈한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제주에게 산토스는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서울은 이번 시즌 홈에서 4연승을 기록할 정도로 안방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늘 제주와의 경기에서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며 승점 1점에 만족해야만 했다. 제주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한 끝에 서울 원정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승점을 추가했다. 최근 원정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할 정도로 원정 징크스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제주에서 펼쳐지는 양 팀의 2라운드에서는 어느 팀이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