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7월 17일, 제주 오라구장에서는 2010년 퓨처스리그(프로야구 2군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현재 NC에서 활약 중인 김종호가 MVP였으며, 2012년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古 이두환이 홈런 더비의 우승자였다. 그리고 종영 예능프로그램인 ‘천하무적 야구단’의 친선경기까지 실시돼 ‘야구 불모지’ 제주에 야구의 인기를 불어 넣었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야구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한강 데이트 도중 파파라치에 ‘딱’ 걸린 박지성의 연인, 김민지 아나운서와의 특별한 추억을 꺼내보려 한다.

 

 

 

때는 2010년, 대학 3학년이었던 필자는 ‘중계 보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것을 보고 지인과 함께 ‘야구 관람’이 아닌 ‘야구 알바’를 하러 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입구에서 대기 중이었던 필자는 버스에서 천하무적 야구단 멤버들이 내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 김창렬과 이하늘은 역시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고, 오지호의 ‘등빨’은 기대 이상이었다. 개인적으로 당시 멤버였던 마리오와 함께 화장실에서 말 없이 나란히 볼 일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저 멀리서 알 수 없는 후광이 나를 향해 비춰왔다. ‘아 눈부시다. 뭐지?’ 정신을 차려보니 처음 보는 2명의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평소 아나운서를 좋아하던 필자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나운서다’

 

2명의 아나운서는 신입 아나운서인 것 같았다.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몸은 딱딱히 굳어 있어 보였다. 당시 중계 보조 알바인 필자의 역할은 덕아웃에 대기하면서 카메라 선을 잡아주는 등 대단히 쉬운 일, 흔히 말하는 '꿀 알바'였다. 그렇기 때문에 덕아웃에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아나운서들의 활동을 은밀히(?) 지켜볼 수가 있었다.

 

그러던 중, 두 아나운서가 잠시 휴식을 취하러 복도로 나가는 것 같았다. 필자 또한 재빨리 움직였다.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나온 필자는 대충 손만 씻고 바로 나왔다. 나와 보니 밖에서는 두 아나운서 중 한 아나운서가 동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그녀에게 야구공을 건내며 사인을 부탁했다. 못생긴 한 남자가 화장실 앞에서 뜬금없이 사인을 요청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한 듯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친근한 미소를 띄며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야구공에 사인을 해준 것이다. 여전히 그 사인볼은 내 책상 위에서 국보급 대우를 받으며 보관 중이다. 그리고 화장실 안에서 동료 아나운서가 나왔고 두 ’여신‘들은 자리를 떠났다.

 

 

시간이 흘러 두 아나운서는 축구와 야구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에서 각각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당시 화장실을 갔다가 나중에 나온 아나운서는 최희 아나운서, 필자에게 사인을 해준 아나운서는 몇 일전 박지성 선수와 열애 중인 것으로 보도된 김민지 아나운서다.

 

청소년기, 네덜란드리그 PSV 아인트호벤에서 활약하는 박지성을 보겠다고 모두가 잠이든 새벽에 축구와 'OCN'을 돌려보던 때가 기억난다. 나와 함께 밤(?)을 지세웠던 그가 남자답게 공식적으로 열애를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박지성을 바라본 팬으로서 한국 축구 최대의 문제점이 드디어 해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박지성이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이다. 박지성의 해트트릭이 빠를까, 결혼이 빠를까라는 우스갯 소리가 항상 그의 주변을 따라다니던 터라 갑작스런 그의 열애 소식이 놀랍기 그지 없다. 과거 이런 말이 있었다. 박지성의 연인이 될 사람은 전 국민이 시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나의 2000년대를 수놓은 최고의 축구 선수 박지성, 그리고 특별한 추억이 있는 김민지 아나운서.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열렬히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