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홍명보-박주영, 이들은 한국축구의 '해피엔딩'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나의 팀(One Team), 하나의 목표(One Goal), 하나의 정신(One Spirit)!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부임 후 당차게 밝힌 슬로건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경기도지사 출마를 밝힌 S당 모의원 또한 이 슬로건이야 말로 본인들에게 필요한 슬로건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슬로건은 하나 된 팀에서 하나의 정신과 목표를 갖고 뛰자는 홍명보호의 비전과 가치가 담긴 메시지다.

 

부임 당시 국내파와 해외파의 불협화음, 기성용 SNS 사건 등을 통해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가 담겼던 홍명보호의 야심찬 슬로건. 그러나 부임 후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홍명보 감독과 이 슬로건이 다수의 축구팬들에게 크게 비난받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주영이 있다.

 

박주영은 지난 10년 한국 축구 최대의 이슈 메이커 중 한 명이다. 유망주 시절이던 청소년 대표팀부터 아스날 이적까지. 여전히 애증의 대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스날로 팀을 옮기면서부터 그의 축구 인생이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런던 올림픽에 참가해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성공했지만, 소속팀 아스날에서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홍명보 감독과 축구팬들 또한 그의 대표팀 선발과 관련해 복잡한 고민 속에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홍명보 감독은 3월 5일 그리스와의 평가전 소집명단(24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동원, 이근호, 김신욱과 함께 박주영의 이름이 공격수 명단에 이름을 올림에 따라, 온라인에서는 그를 두고 갑론을박의 논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홍명보 감독이 밝힌 박주영 선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박주영의 발탁은 그동안 대표선수 선발 기준과 다른 결정인 것은 사실.
2. 이번 경기(그리스 전)가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
3. 박주영의 발탁을 놓고 많은 시간 고민을 했다.
4. 비록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 만큼 크게 문제가 없다는 판단.
5. 앞으로 얼마 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
6. 박주영이 대표선수를 향한 의지가 높다는 것을 확인.

 

소속팀에서 충분한 출전시간을 보장받지 못한채, 철저히 외면받던 박주영은 이번시즌 단 '11분'을 그라운드 위에 서 있었다. 과거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축구팬 누구나 인정하지만, "과거가 미래를 100% 보장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밝힌 홍명보 감독의 과거 발언을 떠올리면 아쉬운 대목이다.

 

One Team이 아닌 Want team?

홍명보 감독은 과거에도 박주영을 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와일드카드 1장을 두고 고민할 때, 그는 아스날에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는 박주영을 과감히 선발했다. 당시 병역연기로 인해 말이 많았던 상황에서 홍 감독은, "주영이가 군대 안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간다고 말씀드리러 나왔다"고 농담 섞인 말로 답하며 그에게 애정과 신뢰를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박주영은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이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면을 볼 때, 대표팀이 '하나의(One)의 팀(Team)'이 아닌, 그저 홍감독이 원하는(Want) 팀(Team)으로만 보이게 되는 것 같아 아쉽다. 선수선발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그러나 대표팀은 '현재' 최고의 몸 상태와 폼을 유지한 선수가 선발되는 것이 맞다. 홍감독은 인터뷰에서 "(박주영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강경책으로는 너무나 모순이 많은 선발이 아닐 수 없다.


부임 후 경기당 득점력 'One Goal'

무리하게 박주영을 선발하면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이 부분이다. 홍명보호는 지난 해 7월 20일 호주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지난 미국과의 평가전까지 총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13골(17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득점이 '1점'이다. 이 또한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받는 아이티(4-1 승리)와 말리(3-1)전 승리를 제외하면 단 6골에 불과하다. 김신욱, 김동섭, 조동건 등 다양한 공격 자원을 실험해봤지만 실패로 남았다.

박주영은 A매치 61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하는 등 이번 평가전 소집 대상자 중 A매치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 올림픽 등 큰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해결사로서의 면모 또한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홍명보 감독이 박주영을 통해 공격에 활로를 틀 수 있을지 또한 귀추가 주목된다.


One Spirit

대표팀을 두고 내외부적으로 말들이 많다. 그러나 지난 몇년동안 한국축구, 아니 월드컵에서는 '국내파 vs 해외파' 이런 구도도 없었고, 지역, 학벌 등과 관계없이 대한민국은 모두 '하나'가 됐다. '하나의 정신(One Spirit)'은 비단 대표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어쩌면 축구팬들을 포함한 대한민국 모두에게 적용될 사항이 아닐까? 이왕 이렇게 된거 별 수 있나? 믿고 지켜보자.

 

아스날은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했고, 맨유는 역시 맨유였다.


11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 아스널의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R 경기는 반페르시의 결승골에 힘입어 맨유가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맨유는 시즌 첫 3연승을 기록하는 등 6승 2무 3패 승점 20점으로 리그 5위로 올라서며 '슬로우 스타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면 리그 초반 외질을 앞세워 상승세를 보인 아스날은 여전히 맨유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패배를 당했다.


('이젠 아스날 킬러' 결승 헤딩골을 터트린 반 페르시. 사진=연합뉴스)


1. 상대진영에서부터 강한 압박

이 날 맨유는 킥오프 휘슬이 울리는 순간부터 경기 종료까지 쉬지 않고 아스날을 압박했다. 특히 최전방의 반페르시와 루니, 카가와, 발렌시아로 구성된 공격진은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한 포어체킹으로 아스날을 괴롭혔다. 결국 아스날은 공을 운반해줄 사람이 없었으며, 외질이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았지만 공간을 찾아가는 선수가 없어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2. 캐릭, 존스의 투쟁심 넘치는 중원

맨유는 아스날을 상대로 중원을 캐릭과 필 존스의 ‘잉글랜드 듀오’를 내세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캐릭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하며 밸런스 잡힌 플레이로 중원에 안정감을 더했다. 또한 필 존스는 포백 수비 앞에서 투쟁심 넘치는 플레이로 아스날의 패스 줄기를 차단하며 수비를 더욱 두텁게 했다. 후반 비디치의 부상으로 인해 필 존스가 센터백으로 내려왔을 때, 아스날의 패스 플레이가 조금 살아난 점을 보면 그의 존재감이 더욱 느껴졌다.


3. 루니-반페르시 콤비의 득점력

우승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맨유. 그 중심엔 루니와 반 페르시가 있다. 이들은 맨유가 올 시즌 터트린 26골 중에 17골을 책임지며 팀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아스날전에서도 코너킥 상황에서 루니가 올려준 공을 반페르시가 정확하게 골문 안으로 집어 넣으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 시선을 유도하며 반 페르시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해준 에반스의 움직임도 좋았다.


4. 견고한 수비블럭, 그리고 빠른 빌드업

맨유는 수비를 견고히 하며 전광석화 같은 역습이 장점인 팀이다. 최근 퍼거슨 은퇴 후 과도기를 겪고 있는 맨유지만 이날만큼은 명불허전이었다. 부상 중인 하파엘을 대신해 나온 스몰링과 에반스 등이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필 존스, 캐릭 등 중앙 미드필더들과 공격 자원들까지 2선까지 내려와 지원 수비를 해주며 무실점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 특히 맨유는 중앙에서 측면으로 정확하게 벌려주는 플레이를 통해 실점감각이 부족한 베르마엘렌 등이 지키고 있는 측면을 공략하며 재미를 봤다.


5. 마지막 패스가 부정확했던 아스날

전반 내내 맨유의 강한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한 아스날은 후반 시작과 함께 특유의 패스 플레이로 점유율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슈팅을 위한 마지막 패스가 정확하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맨유의 골망을 흔드는데 실패했다. 오프더볼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시즌 초반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번 시즌 전 경기에서 득점을 한 유일한 팀이었던 아스날은 동점골을 넣는데 실패했고, OT에서 6연패를 기록하며 맨유 징크스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


아스날과의 142번째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며 선두권 싸움에 불을 지피는데 성공한 맨유. 퍼거슨 없이 올 시즌도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0일(이하 한국 시간)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펼쳐진 2013~201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6R 선덜랜드와 리버풀의 경기는 수아레즈가 복귀포를 터트리는 등의 활약으로 리버풀이 3-1로 승리했다. 

한편 선덜랜드의 기성용은 캐터몰 등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풀타임 활약했다. 기성용은 특히 후반 7분 터진 자케리니의 만회골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등 중원에 안정감을 더했으며 팀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래스를 더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평점'7점' 팀내 최고 평점을 받았다.

기성용은 리버풀전에서 캐터몰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캐터몰은 중앙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진공청소기급 수비 압박을 경기 내내 보여줬으며, 이에 따라 기성용은 수비 부담을 떨쳐내며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19분, 34분에 각각 아크정면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했으며, 후반 7분에는 아크 정면에서 날카로운 중거리슛이 미뇰레 골키퍼에 손에 맞고 나온 것을 자케리니가 마무리 하는 등 '어시스트급'의 활약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한국시간으로 아침,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10월 브라질, 말리와의 친선경기를 위한  '기성용 포함' 25인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기성용을 스쿼드에 포함시킨 것은 축구팬의 호불호를 갈리게 했다. 웹사이트에는 '[오피셜] 기성용, 사과 안함' 이라는 게시글과 함께 지난 SNS 사건을 논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등 아직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한편으로는 기성용이 대표팀 중원에 경험과 실력 등 '퀄리티'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 또한 볼 수 있었다.

기성용은 지난 SNS 사건 이후 에이전트를 통해 A4용지 1장 분량의 사과문을 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으며 팬들의 분노 또한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그렇다면 팬들이 원하는 그 진정성있는 사과는 어떤 유형일까? 기자회견을 열고 대중에게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무리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것? '오답'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구시대적인 망상에 빠져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논란의 주인공은 축구선수다. 축구선수는 그라운드 안에서 최선을 다해 '결과'를 통해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면 그만인 것이다. 

지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보지 않았는가? '치아레즈' '핵이빨' 등의 별명답게 EPL의 대표적인 사고뭉치 수아레즈는 시즌 개막 전부터 팀을 떠나고 싶다는 발언을 하는 등 팬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지만, 이내 반성하고 10경기 징계 후 복귀 2경기만에 2골을 터트리는 등의 맹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는 득점 후 유니폼을 걷어 올리며 '환영한다 베냐민(welcome Benja)'과 함께 '그들을 사랑해(los amo)'라는 뜻의 스페인어가 새겨진 티셔츠를 선보였다. 자신의 진가와 팀에 대한 헌신을 '골'을 통해 팬들에게 알렸고, 징계를 받는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족에게 특별한 세리모니로 '감사함'을 전한 것이다.  

이것말고 뭐가 더 필요한가? 기성용에게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기성용 다운 사과가 필요하다. 가장 멋진 시나리오는 브라질 또는 말리전에서 골을 넣고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세리모니를 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SNS로 곤혹을 치른 만큼 '@대한민국 축구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라는 글이 써진 티셔츠를 유니폼 속에 입고 골을 넣은 후 팬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기성용의 포지션상 득점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뻔한 사과가 아닌 '묵직한' 무언가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예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축구계 선배이자 대표팀 감독을 뒤에서 험담한 것은 당연히 직접 찾아가 사죄해야한다. 기성용 개인의 인격적인 '성숙'과 그라운드안에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전주로 발길을 향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