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광주와 제주의 경기가 3라운드 베스트 경기로 뽑혔다. 그만큼 제주는 비록 역전을 당하며 승점 쌓기에 실팼지만 경기력에서는 광주를 압도하며 돌풍을 이어나가고 있다. 공격력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자일, 산토스, 배일환, 호벨치로 이루어진 일명 B4는 이날도 배일환이 2골을 몰아치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수비진은 잦은 실수와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직은 미완성이라는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
반면 개막 후 3연승을 달리며 리그 선두에 오른 수원은 라돈치치가 2경기 연속 멀티 골을 터뜨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데다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6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당했던 스테보가 복귀, 화력이 강화됐다. 또한 3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끌어낸 곽강선, 보스나 등의 탄탄한 수비진도 돋보인다.
제주와 수원이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내일(24일) 15시에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과연 어느 팀이 웃게 될까?

1. 제주 홈 경기, '자신만만' 제주 vs '제주 징크스' 수원

제주는 2006년 제주도로 연고지를 이전한 이후, 수원을 상대로 5승3무1패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부터는 홈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다. K리그로만 범위를 좁힐 경우, 4연승이다. 수원의 천적이 따로 없다. 그러나 지난 해 6월 29일 러시앤캐시컵 8강 승부차기에서 수원이 승리했다. 그리고 10월 30일 열린 수원 홈 경기에서 수원이 2:0으로 승리했다. 수원의 2연승이다. 또한 제주와의 경기에서 최근 2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제주는 개막전 승리 이후 최근 2경기 연속 무승이다. 경기력은 좋았지만 골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원은 올시즌 전승(3승)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무실점이다. 또한 최근 원정 6경기 연속 무패(5승 1무, 11/08/13 이후)의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 지난 시즌 수원과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터트린 제주. 그 속에 박현범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제주일보 >

2. 권순형-송진형 vs 박현범-이용래

올 시즌 가장 재미있는 맞대결이다. 권순형과 송진형은 제주의 중앙 미드필더로서 올 시즌 제주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박경훈 감독이 추구하는 방울뱀 축구의 주축이라 할 수 있다. 권순형은 안정감있는 경기운영과 넓은 시야, 그리고 송진형은 빠른 드리블과 날카로운 패스 등으로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0년 제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구자철-박현범 듀오에 비교되는 이들은, 당시 멤버 중 한명인 박현범을 안방에서 상대해야 한다.
박현범이 제주로 오랜만에 돌아온다. 물론 적으로. 옆에는 이용래까지 있다. 국가대표가 아니다. 일명 파란 피가 흐른다는 수원의 파란 유니폼을 입고 제주 윈드포스에서 전 동료들과 한판승부를 앞두고 있다. 지난 시즌 중반 수원으로 이적한 박현범은 여전하다. 큰 키를 앞세워 제공원 장악은 물론,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공격력, 수비력 모두를 겸비했다. 이용래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용래가 고종수 코치와의 프리킥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한다. 이용래의 날카로운 왼발 또한 제주가 견제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3. 제주, 자일-마다스치 부상

지난 18일 광주 원정은 제주에게 악몽으로 남았다. 2-3 역전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공수의 핵심인 자일과 마다스치의 부상이다. 비상이다. 그것도 초비상이다. 자일과 마다스치는 각각 사타구니와 허벅지 부상을 당해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한다. 두 선수는 4월 말까지는 경기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자일은 3경기에서 1골 1도움 뿐만 아니라 측면에서 빠른 발과 정확한 크로스로 공격의 핵심 역할을 잘해주고 있었다. 마다스치 또한 중앙 센터백으로서 홍정호와 호흡을 맞추며 190cm의 장신을 이용해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좋지 않은 상황에도 제주의 박경훈 감독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두 선수의 공백은 아쉽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면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자일의 자리는 강수일 또는 남준재가 기용될 것으로 보이며 센터백 자리에는 오반석, 윤원일, 박병주가 홍정호와 함께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 '영혼의 투톱' 제주전에서 볼 수 있나? ⓒ스포츠 조선 >

4. 스테보 복귀? 라돈치치-스테보 투톱 가동될까?

수원 윤성효 감독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을 것이다. 수원은 올시즌 초반 막강한 전력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라돈치치는 최근 2경기 연속 2골을 터뜨리는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조동건 역시 지난 강원과의 3라운드 경기에서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수비 역시 올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곽광선과 보스나가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3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끌어 냈다. 제주와의 경기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징계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공격수 스테보가 출전이 가능하다. 윤성효 감독의 공격진 구성에 대해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스테보는 지난 시즌 중반이던 7월 수원에 입단했다. 고작 13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9골을 넣으면서 염기훈과 팀 내 최다득점이다. 스테보는 스피드와 파워, 골결정력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고 있는 타켓맨이다. 만약 스테보와 라돈치치가 함께 뛰게 된다면 제주의 수비진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 개막을 몇일 앞두고 탐라대와의 연습경기를 마친 배일환  ⓒ정수진 >

5. '잘나가는' 배일환, 작년 데뷔전을 떠올려라

2012년 임진년은 흑룡의 해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이 시작하기 전 K리그의 많은 '용띠' 선수들이 주목을 받았다. 88년생 배일환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3라운드가 지난 현재.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축구선수가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의 배일환이다. 작년에 클럽하우스에서 배일환을 만났었다.(
http://sooj22n.tistory.com/43 '제주 유나이티드의 기대주, 배일환') 당시 배일환은 2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그의 데뷔전은 2011년 6월 29일 러시앤캐시컵 8강전 수원전이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지금 제주는 4라운드를 앞두고 수원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한판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당시 배일환은 김은중, 배기종, 신영록 등 기라성 같은 선배 공격수들에 밀려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수원과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를 10분 남겨두고 심영성과 교체해 들어가게 되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맨유의 웨인 루니가 라이벌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터트린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을 그도 시도한 것이었다. 비록 골은 되지 않았지만 많은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그는 깜짝스타가 아니다. 준비된 스타다. 수원 전에서도 골 퍼레이드가 계속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