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난타전이었다. 4월 11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2 K리그 7라운드' 제주와 울산의 경기는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끝이 났다. 제주는 B4(호벨치, 산토스, 자일 배일환)을 앞세워 울산의 골문을 두드렸고, 울산은 이근호를 중심으로 제주를 위협했다. 그러나 울산의 GK 김승규, 제주의 GK 한동진에게 번번히 막히거나 골대를 외면했다. 비록 득점은 나지 않았지만 제주와 울산의 경기력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이날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는 7,086명의 관중 수를 기록했다. 제주의 올 시즌 홈경기 최다 관중 수였으며 8라운드에 펼쳐진 경기 중에서도 수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1. 김승규의 선방쇼, 제주를 울리다.

 

 양 팀은 슈팅만 31개를 기록했다. 제주가 13개(유효슈팅 6개), 울산이 18개(유효슈팅 5개)다. 제주는 짧은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고 기회가 나면 주저 없이 공격하는 특유의 공격 패턴으로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울산은 곽태휘, 강민수, 이재성 등 수비진의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전방에 이근호 등 공격수에게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패스로 제주를 위협했다. 제주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번번히 김승규의 선방에 막히기 일쑤였다. 울산은 전방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아쉬웠다. 후반 5분, 이근호가 골키퍼 한동진을 제치고 골문을 향해 슈팅을 시도했지만 뒤따라오던 허재원이 몸을 던지며 골을 막아냈다. 이밖에도 아키의 슈팅이 골대를 맞는 등 불운과 아쉬움이 겹쳤다.

 

 이날 경기의 MOM은 울산의 골키퍼 김승규가 뽑혔다. 김승규는 이날 안정적이면서도 순발력 있는 모습으로 울산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갔다. 시즌 초반 5경기는 김영광이 선발로 출전했지만, 최근 2경기는 김승규가 연속으로 출전하고 있다. 김승규는 2007년 U-17월드컵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박경훈 감독 앞에서 눈부신 선방을 보이며 MOM에도 선정됐다. 경기 종료 후에도 김승규는 박경훈 감독을 찾아가 인사를 했다고 한다 (제주 출신 강민수도 경기 종료 후 박경훈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제주 서포터즈들을 찾아와서 인사를 하고 갔음).

 

김호곤 울산 감독은 김영광과 김승규가 둘 다 장단점이 있다며 상대에 따라 변화를 주며 출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곤 감독은 높이가 있는 팀을 상대할 때는 장신의 김승규가 김영광보다는 더 적절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또한 김승규는 홍명보호 올림픽 대표팀의 골키퍼이다. 런던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김승규의 연속 출전은 실전에서 많이 뛰지 못하면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김호곤 감독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2. 제주, '축구의 봄'이 찾아왔다! < "최강제주!'를 외치는 제주 팬들. 과거와 달리 제주의 응원 문화가 많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유는? >

 

제주는 이날 올 시즌 제주의 홈 경기 최다인 7,086명의 관중수를 기록했다. 앞서 수원 빅버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수원-포항 경기(10,4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숫자다. 제주는 올 시즌 개막 후 홈경기에서 관중수가 5,000명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는 홈구장인 제주 월드컵 경기장이 상대적으로 인구가 밀집된 제주시가 아닌 서귀포시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관중 동원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비록 버스타고 1시간 거리지만 지리적으로 가운데 위치한 한라산을 타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거리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제주시 사람들은 서귀포에 가는 것을 크게 마음먹고 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 이유는 바로 '윈디스'의 존재! E석과 서포터즈 석인 N석의 응원의 힘입어 제주는 힘을 내고 있는건가! >

 

지난 2010년은 제주에게 있어 강팀으로 인정받는 한해였다. 준우승, 특히 홈경기 무패를 기록하며 K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해 평균관중이 5,046명이었다. 이날 울산과의 8라운드 경기에는 7,086명이 들어왔다. 올시즌 홈 4경기 평균이 6,193명이다. 지난 해 4,609명에서 1,500여명이 늘어났다. 스포츠에 있어 최고의 마케팅 수단은 성적과 경기력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제주는 한동안 관중의 힘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러나 꾸준히 그들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제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관중몰이를 위한 구단의 노력은 매경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날 울산전에는 홍정호가 경기장 앞에서 비빔밥 1982그릇을 제공하고 팬들과 기념촬영도 함께 했다. 팀 창단 30주년을 맞아 진행중인 ‘작전명 1982’에 관중들의 반응이 좋다. 제주는 서포터즈의 숫자가 많지 않지만 관중의 70% 이상이 가족 단위 관람객이다. 즐길거리가 많지 않은 제주도에 축구가 가족의 여가 문화로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 관중 부족? 이제 제주는 다르다! ⓒ 정수진 >

2012년 3월 24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제주와 수원의 2012 K리그 4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경기는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수원 출신' 서동현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제주가 승점 3점 획득에 성공했다. 앞서나간 것은 수원이었다. 전반 27분, 제주의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득점에 성공하며 전반전 내내 제주를 압도했다. 그러나 후반 10분, 산토스의 패스를 받은 호벨치가 K리그 데뷔골을 터트리는 등 후반전에는 제주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수원의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종료 직전 터진 서동현의 역전골까지 포함해 2-1 역전승. 지난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각각 부산과 광주와의 경기에서 재밌는 경기를 연출했던 제주가 4라운드에서도 흥미로운 경기를 펼친 것이었다.
 
이날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는 6,419명의 관중수를 기록했다. 인천과의 개막전에 이어서 2경기 연속 6,000명 이상 관중수를 이어갔다. 또한 이날 열린 부산(2,899명), 광양(2,813명), 인천(2,050명)보다도 훨씬 높은 기록이었다.

<호벨치의 득점을 축하해주는 동료들 ⓒ 정수진 >

1. ‘K리그 데뷔골’ 호벨치, 드디어 터졌다.

전반전까지는 수원의 우세였다. 수원은 박현범, 이용래를 중심으로 측면의 에벨톤C과 서정진까지 제주의 수비진을 위협했다. 에벨톤이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에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제주는 후반 시작과 함께 권순형 대신 오승범을 투입시키며 분위기를 반전 시키려 했다. 권순형-송진형의 중원 듀오는 박현범-이용래 조합에게 조금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현범은 큰 키를 이용해 제공권을 장악했고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또한 권순형과 송진형은 공격 전개시 후방의 공간을 노출하며 역습 등 위험한 상황이 자주 나타났다. 후반에 들어간 오승범의 투입은 적절했다. 수비 성향이 강한 오승범은 4백의 앞에서 강한 압박 수비를 보여줬다. 또한 송진형은 오승범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산토스는 빠른 드리블을 통해 수원을 공략했다. 수원의 곽강선-보스나 중앙 센터백 듀오의 약점은 발이 느리다는 것. 산토스는 그점을 이용했고, 후반전 몇차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계속해서 수원의 골문을 공략하던 제주는 후반 10분 드디어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송진형의 패스를 골문으로 쇄도하던 호벨치가 정확하게 밀어넣은 것이었다. 호벨치의 K리그 첫 득점이었다. 지난 3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던 그는 자신의 실력을 득점으로 증명을 해냈다.

호벨치는 2003년-2004년 러시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2005년-2006년 PSV 아인트호벤, 2006년-2007년 레알 베티스 등 다양한 유럽리그를 경험한 공격수이다. 전형적인 ‘저니맨’이다. 그러나 못해서 이팀, 저팀을 전전하는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니다. 이날 경기까지 제주의 B4 중에서 유일하게 득점이 없었다. 빅리그를 거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스타의식은 물론 자만심도 없다고 한다. 박경훈 감독은 올시즌 산토스, 호벨치, 자일 등 브라질 트리오에게 60득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실력과 성품을 모두 겸비한 호벨치의 활약이 기대된다.

< '과거의 동료가 적으로 만났다!' 볼을 다투는 산토스와 박현범 ⓒ 정수진 >

2. ‘레인메이커’ 서동현, 제주에 단비 뿌렸다.

서동현은 장래가 유망한 선수였다.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특히 더 그랬다. 그러나 강원으로 이적한 후 부상과 컨디션 저하 등으로 인해 긴 슬럼프에 빠졌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의 이름은 서서히 팬들에게서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2012 시즌을 앞두고 김은중과 트레이드되며 제주로 둥지를 틀었다. 서동현은 올 시즌 부활을 다짐하며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그리고 긴 겨울잠에서 드디어 깨어났다. 상대는 친정팀 수원이었다.

후반 39분, 호벨치와 교체 투입해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교체 투입 직후에 좋은 찬스를 맞이했지만 아쉽게 득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수원의 수비진은 부심을 보며 손을 들었고 대부분의 팬들 또한 오프사이드라고 생각을 했다. 서동현 본인도 득점 상황을 오프사이드로 인식을 했고 힘을 빼고 슈팅을 했다. 그러나 부심은 기를 들지 않았다. 골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대 역전골. 농구로 치면 ‘버저비터’, 야구로 치면 ‘끝내기 홈런’.

서동현, 과거 ‘추꾸천재’라 불리며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선수다. 수원 전 득점은 날개 짓에 불과하다. 화려하게 날아오를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3. 전태현이 한턱 쏜 닭날개! 행운을 몰고 왔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제주의 흥미로운 이벤트 또한 팬들을 기쁘게 했다. 1982년 부천SK로 창단된 후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래서 제주는 직원들과 선수들이 합심해서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이벤트를 준비했다. 전태현이 스타트를 끊었다. 선착순 1982명에게 닭날개를 선물한 것이었다. 다음 선물은 4월 7일, 대구와의 경기에서 권순형이 쏜다. 메뉴는 떡볶이다.

< 치어리더 '윈디스'는 경기장 E석의 집중 포화 현상의 원인이다. 조으다 ⓒ 정수진 >
 
2라운드 부산, 3라운드 광주와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기고 패배했던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징크스는 징그럽게도 이어졌다. 그러나 홈에서는 역시나 강했다. 3연승, 6득점, 무실점을 기록 중이었던 1위 수원을 잡았다. 수원도 제주 원정 징크스가 징그럽게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