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2012/210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막을 내렸다. 아스널과 토트넘 간의 피를 말렸던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 자신의 은퇴 무대였던 웨스트브롬위치전에서 2-5로 앞서가다 따라잡히며 헤어드라이기를 다시 가동할 뻔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까지. 리그 최종전에는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반면 리버풀과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맞대결(1-0, 리버풀 승)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다소 비껴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리버풀 서포터스 더 콥(The Kop)과 국내 축구팬들의 입장에선 이대로 끝내기 아쉬웠던 승부였다.

 


Goodbye~ 제이미 캐러거!

리버풀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이번 경기는 매우 특별한 경기였다. 바로 1990년 리버풀 유소년 팀을 시작으로 1996년 1군 데뷔 후 축구 인생 약 23년 동안 리버풀을 위해 뛴 '원 클럽맨' 제이미 캐러거의 은퇴 경기였기 때문이다.

매 경기 터프한 수비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온 캐러거. 이날 경기에서도 은퇴경기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게 시종일관 포백라인을 이끌며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보여줬다. 또한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득점까지 노리는 모습이었다. 후반 16분,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골대를 강타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런 모습에 캐러거가 공을 잡을 때마다 리버풀 팬들은 '슛'을 외쳤다.

캐러거는 약 86분간 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수많은 팬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교체되며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더 보고 싶었던 리버풀의 샛별들

지는 별이 있으면 뜨는 별이 있는 법. 18세의 신예 조던 아이비는 캐러거의 은퇴전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그는 자신의 EPL 데뷔전에서 1-0 승리를 이끄는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그는 후반 18분 보리니와 교체 아웃될 때까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돌파는 데뷔전이란 점을 무색하게 했다.

이날 후반 29분 교체 투입된 수소의 활약상도 돋보였다. 후반 35분 상대 페널티박스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장점인 발목을 이용한 방향 전환으로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다. 캐러거가 은퇴를 선언하고 '캡틴' 제라드의 현역 생활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약은 리버풀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됐다.

 

'산소탱크' 박지성의 EPL 마지막 경기?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어쩌면 박지성의 EPL 마지막 경기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이날 80분 동안 활약한 뒤 호일렛과 교체 아웃됐다. QPR이 강등되며 팀을 떠날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이번 경기는 박지성에게 EPL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의 관심사는 박지성의 득점 여부였다. 200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 후 EPL 무대에서 득점이 없던 적은 이번 시즌이 처음. 그러나 기대했던 공격 포인트 사냥에 실패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실패한 것이다.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되어 수비에 중점을 두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적극적인 쇄도로 공격을 전개했다. 측면 뿐만 아니라 중앙을 오가는 등 공수 간격을 유지하며 허리에 안정감을 더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전방 공격수들의 활동 폭은 좁았고 양쪽 풀백의 활발한 오버래핑 또한 이뤄지지 않으며 효과적인 공격 루트를 확보하지 못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왼쪽 풀백인 트라오레가 글랜 존슨과의 맞대결에서 계속 밀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격 가담 자체가 박지성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전반 7분 패스를 연결 받는 과정에서 핸더슨의 옐로우 카드를 유도했으며 12분에는 협력 수비를 통해 엔리케의 공을 빼앗은 등 '살아있는' 모습을 보였다.

트라오레의 부진, 윤석영 결장이 아쉽다

이날 왼쪽 풀백으로 출장한 트라오레는 '자동문'에 가까웠다. 전반 20분 글랜 존슨은 트라오레와의 1대1 상황에서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내 크로스를 시도하는 등 너무나도 쉽게 수비를 벗겨냈다. 이후에도 트라오레는 존슨에게 90분 내내 돌파, 크로스, 슛을 허용하며 '완패'했다. 공격 상황에서도 오버래핑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 날 패배의 '주범'이 됐다.

자연스레 왼쪽 풀백으로 기대를 모았던 윤석영이 오버랩됐다. 윤석영은 이번 경기에서도 결장하며 끝내 EPL 데뷔가 무산됐다. 트라오레의 부진한 경기력을 보니 윤석영의 결장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EPL에서의 기회는 더 이상 없다. 윤석영에게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은 해리 레드냅 감독이 원망스럽긴 하지만 챔피언십 무대에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력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글=정수진 객원 에디터

사진=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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