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터풋볼)

해리 래드넵이 QPR 감독으로 있는 한 영영 이뤄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윤석영의 EPL 데뷔가 드디어 이뤄졌다. 올 시즌 벤치명단에서도 볼 수 없었던 윤석영이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1년 8개월만에 깜짝 선발 출전해 EPL 데뷔전을 가지면서 QPR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왼쪽 풀백으로 경기에 출전한 윤석영은 경기 내내 라힘 스털링, 글랜 존슨 등을 막아내며 안정적이고 견고한 수비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많은 축구팬들조차 외면하는 팀인 QPR 또한 이전보다는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리버풀에게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7라운드까지 1승 1무 5패, 이전 경기까지 15점을 실점하며 수비력에 큰 문제를 보인 QPR이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리차드 던, 오누오하, 코커 스리백과 이슬라와 윤석영으로 이뤄지는 2명의 윙백들이 리버풀의 빠른 공격수들을 잘 막아내며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후반 들어 체력과 집중력 저하로 인해 2번의 자책골과 쿠티뉴에게 골을 헌납하며 2-3 패배를 막지 못했다.

윤석영 또한 100% 좋은 모습만을 보인 것은 아니다. 리차드 던이 자책골을 기록하는 과정 이전에 윤석영이 스털링에 집중했다면 기습적인 세트피스와 크로스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팀의 3번째 실점 상황에서도 역습으로 밀고 나오는 쿠티뉴와 스털링을 바라보다 자신이 마크해야했던 발로텔리를 너무나도 쉽게 박스 안으로 보내주며 느슨함을 노출했다. 코커의 자책골이 아니었다면 발로텔리가 무방비 상태에서 득점을 기록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윤석영은 영국 언론으로부터 태클은 좋았지만 자신의 포지션에 사로잡혀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점 7점을 부여받았다. ‘리그 최다실점’ QPR에게 필요한건 트라오레의 공격력이 아닌 윤석영의 수비력이 아닐까?


반할 감독의 맨유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EPL 5라운드 레스터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맨유는 루니, 반페르시, 디마리아, 팔카오 등 판타스틱4를 가동했지만 3-5 대역전패의 희생양이 됐다. 이어서 6라운드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는 루니가 퇴장당하는 등 졸전 끝에 2-1 진땀승을 거뒀다.

설상가상으로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는 ‘캡틴’ 루니가 비신사적인 반칙으로 퇴장을 당하며 출전정지 징계가 불가피해졌다. 주축선수들의 부상으로 선수층이 얇아진 상황에서 루니의 공백은 크다. 그러나 맨유의 문제는 루니가 아니다. 중앙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던 안드레 에레라 또한 부상을 당한 것이다. 루니의 대체자로는 이미 후안 마타가 대기 중이다.

그러나 캐릭, 펠라이니 등이 부상으로 팀을 떠나있는 상황 속에서 에레라 마저 부상을 당하며 맨유의 미드필더진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에레라는 지난 4라운드 QPR과의 경기에서 EPL 데뷔와 함께 데뷔골을 터트렸고, 레스터시티 전에서도 득점을 하며 2경기 연속골을 성공시켰다.

에레라는 득점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스콜스 은퇴 후 답이 없던 맨유 중원에 창의성을 불어 넣었으며, 정확한 패스 성공률(88.9%)로 안정감까지 더했다. 뿐만 아니라 몸을 아끼지 않는 태클로 상대 공격의 1차 저지선 역할을 수행하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담당했다. 경기당 3.5개 태클 성공은 팀내 1위. 수비수들보다도 많은 수치다.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2-0으로 달아나는 반페르시의 추가골 또한 에레라의 태클로부터 나왔다.

이미 에레라는 프리시즌을 소화하며 정확한 패싱력과 플레이메이킹, 키핑력, 밸런스 등으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게다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터프한 수비까지 갖춰 소리없이 강했던 스콜스의 재림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복귀한지 3경기 만에 다시 부상을 당한 것이 문제다. 이후의 일정이 맨유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맨유는 7R 에버턴과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WBA, 첼시, 맨체스트 시티를 연이어 만난다.

다행인 점은 플레쳐가 부상에서 회복했다는 것이다. 지난 번리전 이후 약 한달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플레쳐는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후반전 투입되며 경기감각을 익혔다. 그리고 블랙캣, 맥네어 등 유망주들을 과감히 투입시킨 반할 감독이 다음 경기에서 어떤 깜짝 카드를 내세울지도 모른다. 캐릭, 펠라이니 뿐만 아니라 에레라마저 부상으로 팀을 떠난 상황 속에서 맨유라는 선함이 좌초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스날은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했고, 맨유는 역시 맨유였다.


11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 아스널의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R 경기는 반페르시의 결승골에 힘입어 맨유가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맨유는 시즌 첫 3연승을 기록하는 등 6승 2무 3패 승점 20점으로 리그 5위로 올라서며 '슬로우 스타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면 리그 초반 외질을 앞세워 상승세를 보인 아스날은 여전히 맨유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패배를 당했다.


('이젠 아스날 킬러' 결승 헤딩골을 터트린 반 페르시. 사진=연합뉴스)


1. 상대진영에서부터 강한 압박

이 날 맨유는 킥오프 휘슬이 울리는 순간부터 경기 종료까지 쉬지 않고 아스날을 압박했다. 특히 최전방의 반페르시와 루니, 카가와, 발렌시아로 구성된 공격진은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한 포어체킹으로 아스날을 괴롭혔다. 결국 아스날은 공을 운반해줄 사람이 없었으며, 외질이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았지만 공간을 찾아가는 선수가 없어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2. 캐릭, 존스의 투쟁심 넘치는 중원

맨유는 아스날을 상대로 중원을 캐릭과 필 존스의 ‘잉글랜드 듀오’를 내세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캐릭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하며 밸런스 잡힌 플레이로 중원에 안정감을 더했다. 또한 필 존스는 포백 수비 앞에서 투쟁심 넘치는 플레이로 아스날의 패스 줄기를 차단하며 수비를 더욱 두텁게 했다. 후반 비디치의 부상으로 인해 필 존스가 센터백으로 내려왔을 때, 아스날의 패스 플레이가 조금 살아난 점을 보면 그의 존재감이 더욱 느껴졌다.


3. 루니-반페르시 콤비의 득점력

우승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맨유. 그 중심엔 루니와 반 페르시가 있다. 이들은 맨유가 올 시즌 터트린 26골 중에 17골을 책임지며 팀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아스날전에서도 코너킥 상황에서 루니가 올려준 공을 반페르시가 정확하게 골문 안으로 집어 넣으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 시선을 유도하며 반 페르시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해준 에반스의 움직임도 좋았다.


4. 견고한 수비블럭, 그리고 빠른 빌드업

맨유는 수비를 견고히 하며 전광석화 같은 역습이 장점인 팀이다. 최근 퍼거슨 은퇴 후 과도기를 겪고 있는 맨유지만 이날만큼은 명불허전이었다. 부상 중인 하파엘을 대신해 나온 스몰링과 에반스 등이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필 존스, 캐릭 등 중앙 미드필더들과 공격 자원들까지 2선까지 내려와 지원 수비를 해주며 무실점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 특히 맨유는 중앙에서 측면으로 정확하게 벌려주는 플레이를 통해 실점감각이 부족한 베르마엘렌 등이 지키고 있는 측면을 공략하며 재미를 봤다.


5. 마지막 패스가 부정확했던 아스날

전반 내내 맨유의 강한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한 아스날은 후반 시작과 함께 특유의 패스 플레이로 점유율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슈팅을 위한 마지막 패스가 정확하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맨유의 골망을 흔드는데 실패했다. 오프더볼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시즌 초반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번 시즌 전 경기에서 득점을 한 유일한 팀이었던 아스날은 동점골을 넣는데 실패했고, OT에서 6연패를 기록하며 맨유 징크스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


아스날과의 142번째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며 선두권 싸움에 불을 지피는데 성공한 맨유. 퍼거슨 없이 올 시즌도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낱 같은 희망도 잡지 못했다. 최근 9경기에서 승점 1점을 기록하던 레딩과 최근 5경기에서 승점 1점을 기록한 QPR의 ‘꼴찌 맞대결’은 득점 없이 0대0 무승부로 끝이 났다. 무승부는 모두가 원하지 않던 결과였다. 결국 QPR과 레딩은 이 경기를 통해 강등을 확정하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했다. 한편, 박지성은 대기명단에 포함돼 있었으나 끝내 경기장에서 볼 수 없었으며 윤석영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전반 2분] 정신 못 차리는 QPR

강등이 눈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QPR의 플레이는 집중력이 부족해 보였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보싱와가 어이없는 플레이로 볼을 뺏기며 레딩에 첫 슈팅을 허용했다. 21분에는 오누오하가 헤딩으로 볼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공을 제대로 머리에 맞히지 못했다. 그 결과 그라네로가 박스 근처에서 파울을 범하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반 11분] 그라네로의 골대 강타

레딩의 박스 근처에서 타랍이 프리킥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 키커는 그라네로였다. 프리킥에 일가견이 있던 그라네로의 슈팅. 아쉽게도 볼은 크로스바를 살짝 스치면서 골라인 아웃.

 

[전반 19분] 레딩 GK의 판단 미스, 운 좋게 한골 주울 뻔한 QPR

QPR은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리다 후방에서 보스로이드의 머리를 겨냥하는 긴 패스로 공격을 전개했다. 단조로운 것은 물론 정확도 또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전반 19분, 운 좋게 한 골을 넣을 뻔했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음비아가 전방으로 긴 패스를 연결했고, 레딩의 골키퍼 맥카티가 뛰어 나왔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보스로이드는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로빙슛을 시도하며 골을 노렸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30] 계속되는 수비 불안 노출

전반 중반이 흘러갔지만 QPR의 수비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노출했다. 수비 진영에서의 불안한 횡패스와 백패스가 문제였다. 전반 30분에도 보싱와가 골키퍼에게 횡 패스 하는 과정에서 패스가 짧았고 그린이 걷어냈지만 맥카너프 쇄도하는 과정에서 맥카너프의 몸 맞고 아웃이 됐다. 자신들의 진영에서 불안한 패스가 자주 나오는 QPR이었다.

 

[전반 37분] ‘우왕좌왕’ 정신없는 QPR

전반 37분, QPR의 보싱와는 오른쪽 측면에서 레딩의 맥카너프를 막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했다. 그리고 레딩은 빠른 공격 전개로 크로스를 시도했으며 문전 혼전 상황에서 포그레브냑이 슈팅까지 시도했다. 공은 발에 제대로 맞지 않았지만 골대 쪽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골키퍼 그린이 발을 뻗었지만 헛발질. 다행히도 포스트 옆에 서있던 보싱와가 공을 걷어내며 실점을 면했다. 그야말로 ‘우왕좌왕’ 이었다.

 

[후반 6분] 타랍의 왼발은 누구의 것인가?

후반 6분과 9분, 타랍은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지만 모두 왼발에 걸리며 제대로 된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후반 6분, 레미와 2:1 패스를 주고 받은 타랍은 박스 안에서 발리슛을 시도했지만 공은 힘없이 골키퍼 정면에 안겼다. 후반 9분에는 트라오레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타랍이 슈팅했지만 역시나 왼발에 제대로 맞지 못했다. 과연 오른발에 걸렸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후반 15분] 결정력이 아쉬운 포그레브냑

후반 초반 QPR이 레딩을 압박했다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레딩이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 15분에는 레딩 포그레브냑이 이 날 경기에서 그나마 가장 멋진 모습을 연출했다. 맥카너프가 중앙에서 밀어준 공을 받은 포그레브냑은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보싱와를 제치며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로 감아서 슈팅을 했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또한 후반 21분에는 건터가 올려준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이후 양 팀은 각각 호일렛, 르폰드 등 교체 선수들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데는 실패했다. 양 팀은 각각 QPR은 아스날(홈), 뉴캐슬(홈), 리버풀(원정)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으며 레딩은 풀럼(원정), 맨시티(홈), 웨스트햄(원정)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나란히 손잡고 강등되는 것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