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15시, 서울과 제주가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2012 K리그 9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봄비가 내리는 상황. 수중전이 불가피하다.

 

양 팀은 2010년 챔피언결정전 이 후로 재밌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흥미진진한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줬다. 특히 최용수 감독은 자신의 데뷔경기였던 2011년 4월 30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황보관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그리고 최용수 감독대행의 첫 경기.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다. 그리고 상대는 제주 유나이티드. 치열한 경기를 펼친 끝에 결과는 2-1 역전승. 제주는 최용수 감독의 데뷔전이자 데뷔 첫 승의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팀이다.

 

제주의 박경훈 감독은 사정이 다르다. 2010년 감독 부임 후 서울에게 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무 4패. 2010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1무 1패로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놓치기도 하였다.

 

 

ⓒK리그

 

1. 역대 전적 50승 42무 41패, 서울 우세.

 

양팀의 통산 전적은 서울이 앞선다. 서울은 최근 제주에게 3연승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최근 제주와의 맞대결에서 11경기 연속 무패(8승 3무, 08/08/27 이후)를 기록 중이다. 홈에서도 제주를 상대로 5연승(09/06/20 이후)을 거두며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주의 분위기가 좋다. 제주는 최근 5경기에서 4승 1무로 연속 무패를 거두며 방울뱀축구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온 원정 징크스를 대전전에서 통쾌하게 날려버렸고 포항 원정에서도 3-2 승리를 거두며 원정 경기 2연승을 기록 중이다. 득점도 2경기 연속 3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수들의 득점력도 물이 올랐다.

 

서울도 만만치 않다. 올 시즌 홈 전승(4연승)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안방에서는 패하지 않고 있다. 홈 4경기에서 모두 경기당 2득점을 기록하며 공격력 또한 합격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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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 킬러’ 데얀.

 

제주는 서울에게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항상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 중심에는 서울의 데얀이 있었다. 데얀은 원샷 원킬의 정확한 골결정력을 무기로 언제나 제주를 울렸다. 제주에게 데얀은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2008년 서울 입단 이후 9골 3도움(컵대회 포함)을 기록했다. 작년 제주와 두 번의 맞대결에서도 2골 1도움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데얀은 현재 3골을 기록 중이다. 득점 선두 포항의 지쿠는 6골을 넣었다.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을 노리는 데얀으로서는 득점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득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는 수비의 주축인 홍정호와 박병주의 공백이 크다. 그러나 지난 포항전에서 무난한 활약을 하며 기대를 높인 신인 한용수와 부상에서 돌아오는 마다스치가 있다. 이들이 얼마만큼 데얀을 막아주느냐에 따라 제주가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3. 송진형-홍정호의 공백.

 

올 시즌 제주는 5승 2무 1패를 기록 중이다. 수원에 이은 리그 2위다. 제주는 단단한 수비를 통해 볼 점유율을 늘리며 기회를 엿보다 빠른 공격 전개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울뱀 축구로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방울뱀 축구의 중심에는 홍정호와 송진형이 있다. 홍정호는 박병주, 마다스치 등과 함께 견고한 수비진을 구축하고 있다. 송진형은 권순형과 함께 리그 수준급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형성하며 창의적인 패스와 드리블 돌파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전에서는 이들이 각각 경고누적과 이적조항을 결장한다. 최근 부상당한 마다스치의 공백을 잘 메웠던 박병주도 지난 경기 퇴장으로 결장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제주는 불안한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권순형과 오승범이 건재하고 양준아와 정경호가 부상에서 회복했다. 그리고 한용수와 마다스치, 오반석 등 실력있는 선수들이 즐비해서 걱정이 없다고 한다. 주전 선수들의 공백이 타격이 크다. 그러나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강한 스쿼드로 구성된 제주의 이유있는 여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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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을 동반한 비가 오고 있다. 서울과 제주라는 새로운 라이벌 매치를 위해 조성된 멋진(?) 분위기다. 이런 재밌는 경기는 직관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행여 비를 맞을까 걱정 중인 팬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 관계자에 의하면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지붕이 관중석의 80%를 덮고 있다고 한다. 비를 맞지 않고 쾌적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최용수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4월 경기에서도 비가 왔다. 최용수 감독은 양복을 입었지만 비를 맞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처럼 수중전은 색다른 매력이 있다. 양 팀의 흥미진진한 경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