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본 팬들은 90분내내 가슴을 졸이며 제주의 경기를 지켜봤을 것이다. 제주는 지난 9일 성남과의 '2013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경기에서 윤영선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박진포의 자책골로 인해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홈 개막전에서 승리를 노린 제주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비록 패배는 모면했지만 다음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기기 위해서는 약점으로 지적되는 수비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반 7분> 성남 윤영선의 선제골, 수비 불안의 시작.

 

제주의 홈 경기. 안방에서 만큼은 정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제주였다. 그랬기 때문에 경기 전 제주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선제골은 예상 외로 빨리 터졌다. 그것도 제주가 아닌 성남이 터트린 것이다.

전반 7분, 성남은 왼쪽 측면에서 김평래가 강수일을 앞에 두고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그리고 문전에 있던 윤영선은 지체없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가른 것이다. 오승범이 윤영선을 마크하고 있었지만 좀 더 타이트한 수비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은 장면이었다.

 

<전반 38분> 황의조에게 자동으로 열려버린 제주의 수비.

 

제주의 수비 불안 노출은 계속되었다. 전반 38분, 제주의 왼쪽 진영에서 성남 김태환은 전방에 황의조에게 패스를 했고 황의조는 가슴 트래핑으로 오반석의 수비를 벗겨낸 후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오반석이 미리 예측하고 앞으로 나왔지만 공도 사람도 놓쳐버린 아쉬운 장면이었다.

 

<전반 44분> '집중력'으로 성공시킨 천금같은 동점골.

 

전반 44분, 이 시점부터 제주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술운용에 있어 조직적인 면을 찾으려고 노력한 제주는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을 하더니 결국 동점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허재원이 후방에서 찔러준 볼을 강수일이 원터치로 패널티 박스 중앙으로 패스. 곧바로 배일환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 몸에 맞고 흘렀으며 페드로가 이를 놓치지 않고 골문을 향해 밀어 넣었다. 페드로의 슈팅은 박진포의 발에 맞고 굴절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반대편 관중석에 지켜볼 때는 정말 억지로 쑤셔 넣은 것 같은 골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제주 선수들의 집중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후반 3분> 부활의 시동거는 윤빛가람.

 

후반들어 제주는 특유의 패스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남 진영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는 성남과 '악연의 주인공' 윤빛가람이었다. 조금 과장을 하면 이때 경기장은 고요해지기 시작했으며 윤빛가람의 주변에 알 수 없는 빛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윤빛가람의 날카로운 프리킥은 골대를 살짝 빗겨나갔다. 관중석에서는 모두가 골인줄로만 알 정도로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몸이 풀린 윤빛가람은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 16분 쇄도하는 최원권에게 패스를 열어주며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이끌어 냈으며 29분에는 페드로에게 환상적인 킬패스를 찔러 주는 등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후반 25분> 박준혁 선방쇼 ①

 

후반 초반은 제주가 점유율을 늘리며 성남을 공략했다. 그러나 후반 중반이 넘어가면서 성남이 질식 수비에 이어 역습을 통해 제주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제주의 수문장 박준혁 골키퍼로 인해 계속해서 공격이 무위에 그쳤다.

후반 25분, 김성준의 침투패스를 받은 이승렬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박준혁이 몸으로 막아 냈다. 오승범-최원권-이용이 있었음에도 뒷공간을 침투하는 이승렬을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후반 28분> 박준혁 선방쇼 ②

 

제주는 또 다시 성남에게 공격을 허용했다. 후반 28분, 패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김태환은 최원권과 아지송을 앞에두고 자신있는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박준혁이 몸을 날리며 슈퍼 세이브로 공을 막아냈다.

 

<후반 37분> 박준혁 선방쇼 ③

 

박준혁 선방쇼 시리즈에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었다. 후반 37분, 성남 김성준이 최원권과의 공중볼 경합에서 이겨낸 후 박준혁과 1:1 찬스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박준혁은 김성준이 키를 넘기는 슛을 시도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상했듯이 번쩍 뛰어 막아냈다. 그리고 뒤로 흐른 볼을 향해 달려오는 김동섭 보다 먼저 태클로 걷어냈다. 이어서 이승렬이 쇄도하면서 공을 잡았지만 박준혁이 슈팅 타이밍을 뺏은 후 공격을 저지했다.

 

박준혁의 장점인 넒은 활동반경과 반사신경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골키퍼는무엇보다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파격적으로 깨트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박경훈 감독의 입장에서는 박준혁의 맹활약보다 제주의 수비 조직력을 더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결국 이날의 MOM은 원정에서 골을 터트린 윤영선도, 박진포의 자책골을 유도한 페드로도 아닌 멋진 선방쇼를 보여준 박준혁에게 돌아갔다.

 

<제주의 '최종 수비수' GK 박준혁이 있어 제주 팬들은 듬직하기만 하다.>

 

제주는 안방에서 승리를 놓쳤다. 그리고 아쉬움과 가능성을 남겼다. 비록 홍정호가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중앙 수비에 있어 여전히 불안감을 노출하였으며, 송진형과 윤빛가람의 공존 문제 또한 아직은 완벽하게 조화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박기동-서동현의 부상으로 인해 공격을 마무리 해줄 공격수의 부재 또한 제주의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성남의 질식 수비를 피하지 않고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 또한 실력에 비해 유명하지 않았던 박준혁이라는 골키퍼가 재조명되면서 골문의 무게감을 높인 것은 제주에게 희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6월 6일 이후로 광양 원정만 가면 부진을 거듭한 제주, 드디어 8경기 연속 무승(4무 4패).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3월 2일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라운드 경기에서 제주는 페드로의 K리그 클래식 데뷔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하며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승점 3점도 중요하지만 제주팬들 입장에서는 광양 원정 징크스 탈출을 계기로 올 시즌 팀의 원정경기 활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제주의 원정경기 성적이 참혹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08:00> '언성히어로' 오승범의 중거리 슛.

 

전반 8분 패널티 박스 정면에서 송진형은 뒷쪽에 오승범에게 공을 패스했다. 수비와의 간격이 여유있던 오승범은 지체없이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비록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났지만 김병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하기에 충분한 슈팅이었다. 오승범은 이날 경기에서도 자신의 별명인 '언성히어로' 답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살림꾼 역할을 똑똑히 했다. 압박과 안정적인 경기운영은 명불허전이었다.

 

<20:00> 배일환의 홈런 슈팅.

 

상대 진영 중앙에서부터 돌파해오던 페드로는 옆에 있는 배일환에게 패스를 했고 배일환은 크게 마음을 먹고 강한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볼은 골대를 훌쩍 벗어났다. 아쉬운 표정이 가득한 배일환이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 페드로와 배일환이 팀을 승리로 이끄는 득점을 만들어낼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희비교차' ⓒ베스트일레븐>

 

<28:00> 자신이 싼 똥은 자신이 깨끗하게 치워낸 박준혁 GK.

 

전반 28분, 전남은 프리킥에 이은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광양 루니' 이종호가 PK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승기가 전남으로 기우는 상황이었다. PK 키커는 이종호. 그러나 가끔 축구를 보다보면 자신이 얻어낸 PK를 자기가 차면 실패하는 경우가 꼭 있지 않은가? 이종호의 슛은 구석으로 정확히 몰리지 않았고, 방향을 확실히 읽은 박준혁 골키퍼는 멋진 선방으로 제주에게는 '안도의 한숨'을, 전남에게는 '그냥 한숨'을 선물했다.

 

<'K리그 클래식 데뷔골' 제주 페드로 ⓒ베스트일레븐>

 

<29:00> 위기가 지나면 기회가 찾아온다. 페드로의 K리크 클래식 데뷔골.

 

실점 위기를 박준혁 골키퍼의 선방으로 모면한 제주는 서서히 패스 플레이를 통해 전남 진영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패널티 박스 안에서 페드로가 배일환과의 2:1 패스를 통해 반박자 빠른 슈팅을 시도했다. 볼은 김병지 골키퍼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들며 오른쪽 구석으로 꽂혔다. 산토스와 자일의 공백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페드로의 K리그 클래식 데뷔골이자 경기 선제 결승골이었다. 득점 후 동료 그리고 박경훈 감독과 얼싸 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통해 적응력 또한 문제가 없어 보였으며 앞으로의 활약 또한 기대가 됐다.

 

<'부활을 꿈꾼다' 윤빛가람. ⓒ베스트일레븐>

 

<후반전> 안종훈 OUT, 윤빛가람 IN.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제주에는 선수변화가 있었다. 안종훈이 교체 아웃되고 윤빛가람이 교체 투입된 것이었다. 성남에서 제주로 깜짝 이적하면서 화제를 모은 윤빛가람의 제주 데뷔. 윤빛가람은 팬들에게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선수 중 한명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그는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윤빛가람은 미드필더에서 안정적인 볼 소유와 템포 조절을 통해 전남 수비진을 공략했다. 후반 15분에는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 페드로의 슈팅을 이끌어 냈으며 43분에는 가벼운 발놀림과 패스로 강수일의 슈팅에 기여를 했다. 당초 동계훈련 부족 등으로 경기력에 문제가 있을거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는 순간이었다. 제주에 있어서는 윤빛가람의 합류로 미드필더에서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2:00> 이종호, 계속된 결정력 부족.


후반 7분 제주의 패널티 박스 안에서 볼이 굴절되면서 이종호에게 찬스가 왔다. 그러나 이용이 각도를 줄이면서 대처했고, 이종호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가면서 무위로 그쳤다. 이종호는 몇차례 찬스에서 결정력 부족과 문전에서의 침착함 부족을 드러냈다. PK 실축의 부담이 컸었던 것일까?

 

<82:00> 전남의 계속된 파상공세.


쫒기는 전남은 이종호, 전현철, 심동운 등이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후반 12분 전현철의 강력한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고, 후반 17분 심동운이 왼쪽 측면에서 감아찬 슈팅은 골키퍼 정면이었다. 그리고 후반 37분 패널티 박스 바깥 쪽에서 박선용이 중거리 슛을 때렸지만 박준혁 골키퍼가 선방하는 등 전남의 파상공세는 실패로 끝이났다. 이날 박준혁 골키퍼는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넓은 활동반경으로 많은 선방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제주 데뷔전을 치렀다. 전남의 입장에서는 전방에서 확실히 마무리를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