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원정만 가면 작아졌던 제주가 전남과의 원정 개막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볼 점유율은 전남보다 낮았지만 골 결정력에서 승부가 갈린 셈이었다. 2라운드였던 성남과의 홈 경기에서는 1-1 무승부에 그쳤다. 다가오는 경기는 대전 원정이다. 지난 시즌 제주는 대전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완승을 거뒀다. 제주는 대전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원정 2연속 승리와 함께 무패행진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반면 대전은 개막 이후 2연패에 수렁에 빠졌다. 대전은 시즌을 앞두고 알짜배기 선수 영입을 통해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전북-포항에게 일격을 당하며 무너졌다. 대전은 안방에서 제주를 맞아 리그 첫 승을 위해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 대전 원정 경기에서 2골을 터트리며 팀 승리를 견인한 송진형. ⓒ제주 UTD>

1. 상대전적.

대전은 최근 2연패 중이다. 강팀으로 평가받는 전북-포항이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2경기 연속 경기당 3실점, 득점은 단 1골이다. 앞서 김인완 대전 감독은 포항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체적인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다"며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것이라 전했다.

제주는 최근 대전과의 경기에서 2연승을 달리고 있으며, 2010년 3월 21일 이후 대전을 상대로 4승 2무로 6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중이다. 또한 최근 대전 전 3경기에서 10득점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이다.

<2012년도 상대전적>

04/01 대전 0 : 3 제주

07/15 제주 4 : 1 대전

2. 대전이 아닌 "제주" 선택한 마라냥.

대전은 시즌 개막 전 타겟형 공격수 정성훈과 스피드가 빠른 주앙 파울로와 함께 공격을 이끌 선수로 마라냥을 선택했다. 지난 시즌 울산에서 "특급 조커"로서 울산의 아시아 정벌의 혁혁한 공을 세웠던 마라냥이었다. 그리고 마라냥 또한 대전행을 결심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마라냥이 선택한 곳은 결국 제주였다.

제주는 산토스-자일의 이적, 박기동-서동현의 부상으로 인해 생긴 공백을 마라냥의 영입으로 한숨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마라냥은 앞서 열린 2경기에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제주는 페드로, 배일환, 강수일 등을 활용해 상대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전문 공격수의 부재가 느껴졌다.

마라냥의 제주에서 등번호는 17번이다. 대전과의 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낼지 기대가 된다.

3. 친정팀 상대하는 전 제주 선수들.

대전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정성훈, 이강진, 주앙 파울로, 루시오, 윤준하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특히 지난 시즌 제주 소속이었다 대전으로 이적한 박진옥, 윤원일, 오봉진, 정석민은 제주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박진옥은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력으로 선발과 교체를 드나들며 활약한 측면 수비수이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대전의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윤원일과 정석민 또한 부상으로 인한 공백기가 있었지만 김인완 감독에게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개막 후 2경기 연속 출장하는 등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오봉진 또한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된 적이 있는 기대주다.

제주를 떠나 대전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4. 권순형 출장할까?

제주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윤빛가람을 영입하며 중원을 강화했다. 그리고 윤빛가람은 전남전 교체 출장, 성남전 선발출장을 하며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쳤다. 또한 지난 시즌부터 제주의 중원을 지킨 송진형과 오승범 또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 제주의 방울뱀 축구는 중원에서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를 통해 점유율을 높인 후 날카로운 역습을 통해 상대를 공략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의 중요성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앞서 열린 2경기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선수가 있다. 지난 시즌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40경기에 출장한 권순형이다. 부상은 없다. 단지 전술적인 부분에서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이다.

오는 대전 전에서 권순형의 선발 출장을 예상해 본다. 제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평가받는 대전을 상대로 제주가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2경기 연속 풀타임 출장한 오승범을 쉬게 한 후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개 능력이 좋고, 패스와 볼 배급 능력이 좋은 권순형을 출장시켜 윤빛가람과 함께 중원을 지키며 공수의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본다.

지난 해 힐링캠프에 출연한 기성용은 자신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 대해 언급하며 "중계화면에 안 잡힐 수록 잘 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카메라는 항상 공을 따라 다닌다. 그러나 나는 뒤에서 공이 나간 자리를 지원해주는 역할"이라 말했다.

송진형, 윤빛가람 등 화려하고 공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는 권순형, 오승범 등이 지키는 제주의 중원은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전을 상대로 이들이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랜만에 선발출전' 기회 놓치고 아쉬워 하는 강수일의 포효. ⓒOSEN>

 

경기 시작 1시간 전, 양 팀의 선발명단을 봤다. 기존의 주전 선수들과는 조금은 달라진 선수 구성이었다. 우선 골문을 지키던 한동진 대신 전태현의 출전했고, 주장 최원권 대신 박진옥, 자일이 아닌 강수일, 그리고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권순형 대신 오승범이 아닌 뉴페이스 이승희가 출전했다. 이는 선수들의 부상과 주말에 있을 대전과의 홈 경기를 대비한 것이라 판단된다. 스플릿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리그 경기 수가 늘어났고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시점에서 앞으로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만 보더라도 7월에 오늘 울산전을 시작으로 15일 대전, 21일 전남, 25일 경남, 28일 서울과의 경기 등 지옥의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박경훈 감독의 선수구성은 합격이라 말하고 싶다. 한동진의 부상으로 오랜만에 출전한 전태현은 비록 2실점을 허용했지만 실점장면을 돌이켜 볼 때 골키퍼보다는 센터백들의 미스가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실점 장면을 제외하면 몇 차례의 슈퍼세이브 등 제주의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승희는 제주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였다. 송진형과 함께 제주의 중원을 맡은 이승희는 강한 압박과 대인방어, 패싱력, 패스 차단 등의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며 합격점을 받았다. 송진형, 권순형, 오승범 뿐만 아니라 이승희라는 뉴페이스의 등장으로 인해 제주 방울뱀 축구의 주축인 중원 미드필더의 주전경쟁도 흥미진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대와의 연습경기에서 4골을 폭발한 강수일은 비록 이날 경기에서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왼쪽 측면에서 강진욱과의 대결에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완승했다. 특히 후반 11분, 후방에서 박진옥의 다이렉트 패스를 받고 단독 드리블 후 시도한 슈팅이 김영광 골키퍼의 손 끝에 살짝 맞고 골대 옆 그물을 맞는 상황은 팬들 뿐만 아니라 본인도 무척 아쉬웠을 순간이었다. 주로 교체 멤버로 출장했던 강수일. 이날 경기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강수일은 앞으로 선발로도 자주 출전할 것이라 개인적으로 예상해본다.

 

박진옥은 실력에 비해 저평가 받는 선수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오버래핑과 대인마크, 거기에 미드필더, 공격수들과의 패스 등 연계플레이에 능수능란한 풀백이기 때문이다. 비록 최원권이라는 리그 최상급 풀백으로 인해 백업 역할을 맡고 있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아키, 김동석 등을 마크하며 무난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수비 조직력 문제점을 드러내며 2실점을 했지만 2득점을 하며 2대2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다. 그러나 홈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울산과의 맞대결을 감안하면 원정에서의 승점 1점도 나쁘지만은 않다. 제주의 7월 순항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