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 슈팅 합계 31. 지난 4월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만난 제주와 울산의 기록이다. 비록 경기결과는 0-0 무승부였지만 이들은 화끈한 공격축구를 펼치며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2일 울산 문수 축구 경기장에서 펼쳐진 울산과 제주의 2012 K리그 20라운드 맞대결. 이들은 또 다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2 무승부. 그리고 양 팀의 슈팅 합계는 무려 33개. 이중 울산은 17개의 슈팅 중 유효슈팅이 10개. 그리고 제주는 16개의 슈팅 중 유효슈팅이 8개였다. 방울뱀과 철퇴라는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한 이들은 만날 때 마다 재밌는 경기를 연출하며 K리그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1. 서동현, 내가 바로 제주의 '원톱'

 

경기장에 조금 늦게 도착한 분, TV를 늦게 튼 분, 아프리카의 버퍼링으로 앞부분을 보지 못하신 분 등. '설마 시작하자마자 뭐 있겠어?'라고 생각한 축구팬은 오늘 서동현에게 한방 크게 먹었을 것이다. 경기 시작 1분만에 서동현이 득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서동현은 배일환의 중거리 슛이 자신의 다리에 맞고 흘러나오자 머리로 치고 나간 후 울산의 수비수 강민수와의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며 '오랜만에' 거친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김영광이 지키는 울산의 골문을 갈랐다.

 

최근 외국인 선수 호벨치가 컨디션 난조 등으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자 제주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다. 그러나 박경훈 감독 및 제주 구단에 입맛에 맞는 선수를 찾지 못하고 있었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제주 팬들은 자신의 실력과 가치를 당당히 '골'로 증명한 제주의 '원톱' 서동현이 대단하고 기특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2. 경기 분위기 바꾼 마라냥

 

전반 초반부터 제주의 방울뱀에게 한방 제대로 물린 울산. 김호곤 감독은 이른 시간에 승부수를 띄웠다. 전반 11분, 김효기가 무릎부상을 당하자 '특급조커' 마라냥을 투입시킨 것이다. 선발출장이나 다름없는 이른 시간대의 교체 투입. 마라냥은 지금까지 8골을 기록 중이었다. 이는 모두 교체 투입되서 기록한 득점들이라는 것이 재밌는 점이다. 그리고 오늘도 일을 냈다. 전반 33분, 제주 진영 왼쪽 측면에서 마라냥이 길게 크로스 한 공을 김신욱이 가슴 트래핑 후 정확하게 제주의 골망을 가른 것이었다. 최근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3골 2도움) 기록을 5경기(3골 3도움)로 연장하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마라냥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제주의 장신 수비수들 사이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며 위협적인 모습을 몇 차례 연출했다. 결국 제주는 후반 21분, 마다스치 대신 스피드가 좋은 한용수를 투입하며 마라냥 묶기에 나서기까지 이르렀다.

 

울산의 마라냥 효과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3. 이근호-김신욱, '역시 국가대표 콤비'

 

지난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나란히 골을 기록한 울산의 김신욱-이근호 콤비가 제주를 상대로도 나란히 득점을 기록했다.

 

이들의 활약은 '명불허전'이었다. 전반전, 김신욱의 동점골. 그리고 후반 7분에 터진 이근호의 역전골. 울산의 국가대표 콤비가 제주에게 매운 맛을 보여준 것이다. 이근호는 후반 7분, 아키-김신욱과의 삼각 패스를 통해 제주의 수비진을 붕괴시키며 골키퍼와의 1:1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을 기록했다. 이 장면에서는 이근호의 이선침투를 제주의 수비진이 전혀 마크하지 못하며 수비 조직력 보완이 여전히 시급함을 느꼈다. 이근호는 이 밖에도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한 모습을 보여줬고 이 날 경기에서 MOM에 뽑히기 까지 했다.         

 

4. 송진형, 제주 살렸다.

 

패색이 짙어가는 제주. 전광판의 시계는 멈췄고 대기심은 추가시간을 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드라마가 연출됐다. 울산의 진영에서 송호영이 패널티 박스 안으로 가볍게 띄어준 공을 송진형이 헤딩으로 반대편의 선수를 향해 패스를 했다. 그러나 공은 울산 수비수 이재성의 발 끝에 살짝 맞고 다시 송진형에 앞으로 흘렀고 송진형은 주저하지 않고 논스톱으로 슈팅을 시도했다. 그리고 공은 골키퍼 김영광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을 빨려 들어가며 극적인 동점골이 터진 것이다.

 

올 시즌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제주 방울뱀 축구의 에이스로 당당히 활약 중인 송진형. 오늘 경기까지 4득점 4도움을 기록 중이다. 한약으로 체력 관리 중인 송진형의 '약발'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