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6일 일요일, 오늘은 겨울동안 기나긴 동면(冬眠)을 하던 개구리도 잠에서 깨어나 땅위로 올라온다하여 경칩(驚蟄)이라 불려지는 날이다.
 그리고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같이 지난 2010년 12월 이후로 약 3개월 동안 넘치는 축구열정을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축구팬들에게도 오늘은 녹색 잔디의 그라운드가 펼쳐진 경기장으로 뛰쳐나가는 경칩, 바로 그 날이었다. 

 나 또한 경칩을 맞이하여 제주 유나이티드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리는 제주 월드컵 경기장을 가기 위하여 몇 일전부터 굳은 결심을 하고 올레길 7-1코스를 완주하여 월드컵 경기장을 찾아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축구를 보기까지는 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야만 했다. k리그 개막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나는 전날부터 설레임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이청용이 출전한다고 한 볼턴과 아스톤 빌라의 경기를 보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마치 중학교 때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들어 이불속에서 소리 없는 몸부림을 쳤던 그 시절처럼 내 몸은 제주의 돌처럼 단단히 굳어버렸다. 하지만 k리그 개막전에 대한 나의 축구 열정은 달콤한 솜사탕 같은 아침잠을 이겨내어 축구 경기장을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아침을 굶은 탓인지 배고픔이 밀려왔으며 날씨는 오늘같이 중요한 날 하필이면 빗방울을 한방울, 한방울 하늘에서 하나님이 손수 지상에 떨어트려주시고 계셨다.


< 기다렸다! k리그! 조금씩 밀려들기 시작하는 제주의 홈 관중들>

'홈 경기 리콜제‘에 대한 기대감, 그러나...
 
 아침부터 제주도는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주룩주룩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가 아닌 말 그대로 약간의 빗방울이었다. 하지만 올레길을 걷고 있었던 나에게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고 제주의 k리그 개막전을 즐기러가는 축구팬들에게도 쌀쌀한 추위를 제공하는 불청객이었다.
 
지난 3월 1일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E조 첫 경기인 제주와 중국 C리그의 텐진 터다와의 경기에서 제주가 홈 구장에서 패배를 함에 따라 바로 오늘(6일) 부산과의 k리그 개막 경기에서는 k리그 최초로 ‘홈 경기 리콜제’가 시행되었다.

이 제도는 당일 입장권을 구입한 유료관중에게만 혜택이 주어지고 홈인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서 패배를 하게 된다면 패한 경기의 다음 경기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제도로서 제주 구단의 관중 유치 도모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다. 이전 경기에 입장권을 구입한 유료 관중은 패배한 경기의 입장권을 출입구에 제시하면 별 다른 절차 없이 입장할 수 있다. 연간회원에게도 패배한 경기 후 홈 경기 리콜 티켓을 한 장씩 지급한다. 단 또 다시 패했을 경우 그 다음 경기에는 정상적으로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 열린 개막전에서는 ‘홈 경기 리콜제’ 라는 파격적인 관중 유치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짖궂은 날씨 때문인지 큰 효과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고 나니 빗방울은 그치기 시작했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4,172명의 축구팬들이 제주와 부산의 경기가 열리는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찾아 주었다. 하지만 지난 1일 텐진 과의 경기에서 4,638명이 찾아와서 내심 ‘홈 경기 리콜제’의 효과를 기대했던 제주 구단의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왔을 것이다. 지난 시즌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의 평균관중수인 약 54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관중의 숫자였다.

제주 구단의 ‘홈 경기 리콜제’는 구단이 제시한 전략 중 정말 파격적인 전략이었지만 제주 도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였다. 오늘 또한 개막전이라고 하기 무색할 만큼 제주 유나이티드의 개막행사와 이벤트는 찾아볼 수가 없었을 정도로 도민들에게 다가가는 ‘스킨십 마케팅’의 부족함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유일하게 경기장 밖에서 진행된 행사는 경기장 입구에서 어린 축구 팬들을 위해 지정된 구멍에 공을 차서 넣는 것이었지만 이마저도 사람들의 냉소로 이어졌다.


< 제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기가 시작되기 전 축구팬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간단한 행사에 참여하여 즐기고 있다. >
 
 또한 경기 시작 전 제주 출신 연기자인 고두심씨의 제주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한마디와 시축이 이어졌으나 어린 축구팬들을 포함한 관중들은 개막전인데 공을 하나도 관중석으로 차주지 않나며 비난의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리고 제주 유나이티드의 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홍보관’은 선수들의 이름과 마킹이 되지 않은 유니폼만을 판매하고 있어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구입하려면 인터넷 주문을 해야 될 수밖에 없어 큰 불편함을 안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제주 유나이티드는 작년과 비교하여 변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


제주의 k리그 개막! 뚜껑 열리고 나니...
 
 경기가 시작되고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한 축구팬들은 지난해와 비교하여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었다. 지난해는 10대~40대 남성들이 관중석 대부분을 차지하였지만 지난해의 준우승 돌풍으로 인하여 오늘 개막전에서는 남녀노소,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손자 같은 선수들을 응원하는 할아버지와 가족들과 새우튀김을 먹으며 아들들에게 왜 큰소리로 응원하지 않냐며 다그치는 아버지, 제주 유나이티드 응원으로 동창회를 시작한 어머니들, 그리고 파란 눈동자와 금발머리를 가졌지만 오렌지색 제주 유니폼을 입고 어색한 말투로 ‘제주~!’를 외치는 외국인들까지 다양한 팬들이 경기장을 방문해주었다. 비록 관중 숫자는 예상보다는 적었지만 앞으로 2011년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는 풍경이었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그 자리에서 제주를 응원하는 제주의 서포터즈! >

‘훌륭한 경기와 승리보다 좋은 마케팅은 없다’ 

 아마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의 관중 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늘 보여준 경기력은 오늘 경기장을 찾아준 4천여 명의 관중들을 사로잡았으며 이 경기력이 계속하여 이어진다면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제주는 전반 초반 이요한의 패스를 받은 박희도를 수비가 놓치며 실점을 허용하지만 김은중의 패스를 받은 산토스의 동점골과 오른쪽 측면부터 단독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친 후  역전골까지 성공시킨 배기종의 활약으로 쌀쌀한 날씨에도 관중들은 뜨겁게 경기장을 달구었다.


비록 경기 종료 후 부산의 원정 팬의 물병을 던지는 도발에 넘어간 제주의 홍정호 선수가 주먹 감자 세레모니로 퇴장을 당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홍정호 선수는 인천과의 다음 경기에서 출전할 수 없으며 프로축구연맹의 추가적인 징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1년 제주, 돌풍 아닌 봄바람이 되자


 지난 2010년 제주는 돌풍을 일으키며 k리그와 제주 팬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돌풍이 아닌 따뜻하고 시원한 봄바람과 같이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할 것이다.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경기 당일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 등으로 직접 피부로 소통하는 스킨십 마케팅이 빠르고 넓게 실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단지 월드컵 경기장을 축구만 보고 떠나는 형식이 아닌 k리그 경기가 있는 날 올레길을 걷고 축구 경기를 보며 하루의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것 또한 괜찮을 것이다. 지역 특색을 살려 제주를 홍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제주 유나이티드가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제주지역 도민들의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 제주 팬들은 과연 이번 시즌 ‘홈 경기 리콜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오늘 경기력으로 보았을 때 한동안 경기장을 입장 할 때는 꼬박 꼬박 입장권을 구매하여 입장하여야 할 것 같다.


2011년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