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가 경남에 승리하면서 7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렸다.

 

지난 29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제주와 경남의 ‘2012 K리그’ 10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는 골 결정력에서 앞선 제주의 3대1 승리였다. 제주는 전반 초반 송진형과 호벨치의 골로 일치감치 앞서 나갔으며, 후반전에도 자일이 한골을 추가했다. 경남은 교체 투입된 조르단이 한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한편, 이날 경기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10R 위클리 베스트 매치로 선정되었다.

 

1. 송진형, ‘K리그 데뷔골’, 얼굴만 잘생긴 것이 아니다!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고 있는 송진형. 올 시즌 8경기를 뛰며 2도움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경남전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시즌 첫 마수걸이 골이자, K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전반 4분만에 산토스에 패스를 받고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04년 서울에서 데뷔한 이후 8년 만이다. 호주 뉴캐슬 제츠-프랑스 투르 FC를 거치면서 지난 겨울 K리그로 복귀한 그는 올 시즌 제주의 방울뱀축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제골을 터트린 송진형은 6분 뒤 호벨치의 득점에도 관여를 하며 최상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리고 K리그 10R 위클리 베스트 11에도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뱀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은 누가 그랬다. ‘꽃뱀’이라고.

 

2. 호벨치, K리그 적응 완료.

 

호벨치가 드디어 몸이 풀렸다. 전반 10분, 송진형이 박스 안쪽으로 찔러준 스루패스가 수비 몸에 맞고 흐른 것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슈팅하면서 추가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PSV 아인트호벤, 레알 베티스 등 유럽 명문구단을 거치면서 올 시즌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 부진과 부상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제주가 치른 10경기 중 9경기에 선발과 교체로 출전하며 이날 경기까지 3골을 기록 중이다. 득점력은 기대이하지만 수비수를 달고 플레이를 하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유기적인 스위칭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앞으로 호벨치의 득점이 더욱 살아난다면 제주의 상승세는 거침없을 것이다.

 

<비 내리는 날은 서로서로 부상 조심하기! ⓒ 경남FC 홈페이지>

 

3. 자일, 너무나도 멋있었던 슈팅..그리고 골!

 

지난 해, 박경훈 감독은 성적부진 뿐만 아니라 말 안듣는 용병 때문에 꽤나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시즌 초반 왼쪽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해주던 자일이 향수병을 이유로 무단으로 팀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집나갔던 오리, 아니 자일이 다시 돌아왔다. 올 시즌, B4의 일원으로서 이날 경기까지 9경기에서 3골을 기록 중이다. 자일은 이날도 환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후반 17분, 패널티 에어리어 부근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멋진 오른발 슈팅으로 경남의 골문을 갈랐다. 지난 해와 달리 가족들이 제주로 이사를 왔다. 역시 가족의 힘이 최고다.

 

4. 홍정호 ‘부상’, 홍명보호 ‘비상’

 

제주는 이날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주축 수비수인 홍정호가 부상을 당했고,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홍정호는 후반 8분, 상대의 패스를 차단 후 역습을 펼치기 위해 드리블을 하던 중 경남 수비수 윤신영의 태클에 왼쪽 다리를 다쳐 교체 아웃됐다. 그리고 다음날 서울에서 검사를 한 결과, 슬관절과신전 손상에 의한 햄스트링 부분 파열 및 경골외과의 경미한 골절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0일간 입원을 하고 4주간 안정 및 가료, 4주간 재활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홍정호의 부상은 제주만이 아니라 런던 올림픽을 앞둔 홍명보호에도 큰 악재이다. 다행히 정상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부상에서 회복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면 올림픽 출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5. ‘그’가 온다.

 

5월 13일은 제주와 강원의 경기가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다. 그리고 이날 특별한 손님이 제주의 경기를 찾는다. 바로 분데스리가에서 ‘임대신화’를 쓰며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를 1부리그를 잔류를 견인한 구자철이다. 아마 제주의 팬들은 구자철을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적을 것이다. 구자철은 독일 진출 이후에도 박경훈 감독과 선수들과 꾸준히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물어왔다. 또한 지난해에도 제주를 방문해 제주팬들에게 얼굴을 비췄다. 제주의 ‘어린왕자’였던 그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도 전성기 때 K리그에 꼭 복귀하겠다며 K리그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중요한 것은 구자철이 얼굴만 비추고 인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올 시즌 제주는 ‘작전명 1982’를 통해 팀 창단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선착순 1982명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 5월 13일은 구자철이 ‘한턱’ 쏜다.

 

<지난 시즌 전남과의 홈경기에서 제주를 찾은 구자철. 난 이날 사인도 받았다. 히히.  ⓒ정수진>

 

한편 이날 제주에는 하루 종일 비가 쏟아졌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제주와 경남의 경기가 열린 제주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3244명이란 것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제주의 평균관중수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날은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비와 함께, 그리고 치킨, 맥주 등과 함께 제주의 선수들을 응원하며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축구 불모지, 관중수 부족 등의 수식어는 더 이상 제주의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