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홈 무패 기록을 세웠던 제주의 '안방불패' 본능이 다시 발동됐다. 제주는 27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2012 K리그 14라운드에서 선제골을 내줬지만 오반석의 동점골과 산토스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제주는 이날 승리로 올 시즌 홈 경기에서 6승 1무를 기록하는 등 승점 28점을 확보해 서울과 동률을 이뤘다. 그러나 득실차에서 앞서며 리그 2위로 도약했다. 반면 상주는 최근 3연패의 부진에 빠지며 하위권 탈출에 실패하며 리그 14위에 머물렀다.

 

1. 김영신, '친정팀'의 골문을 갈랐다.

 

상주는 경기 초반부터 군인 특유의 '투쟁심'으로 제주를 압박했다. 그리고 원정팀의 불리함을 뒤집고 선제골까지 먼저 터트렸다. 전반 18분, 단 한번에 역습 찬스를 '전 제주선수'인 김영신이 놓치지 않았다. 김영신은 방대종의 패스를 받아 오른쪽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제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김영신은 올 시즌 12경기에 출전했다. 공격 포인트는 없지만 전방위 공격 카드로 상주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상주에서의 데뷔 골과 올 시즌 첫 공격포인트를 친정팀인 제주에게 성공시킨 것이었다. 골키퍼로 나선 '전 제주선수' 김호준도 비록 2실점을 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 제주의 New 스타, 오반석.

 

김영신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지 2분 만에 제주의 동점골이 나왔다. 왼쪽 코너킥에 이은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수비수' 오반석이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어 빠른 시간에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이었다. 이날 득점은 그의 K리그 데뷔 골이기도 하다.

 

오반석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제주에 입단했다. 그러나 홍정호, 강민혁, 강준우 등 쟁쟁한 경쟁자들에 가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 9라운드 서울 전,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홍정호를 대신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했다. 이날 오반석은 동점골 이외에도 제공권을 장악하는 등 수비에서도 좋은 맹활약하며 경기 후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3. 산토스, '엄마 나 골 넣었어'

 

에이스는 항상 팀이 어려울 때 '짠'하고 나타나 해결한다. 오늘도 역시 에이스는 산토스였다. 후반 23분, 패널티 박스 왼쪽 측면에서 배일환의 날카로운 패스가 문전 앞에서 흘러나왔고 산토스가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골로 연결시킨 것이었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한국 땅을 밟은 그의 어머니가 경기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 "어머니는 내게 큰 힘이 주는 존재다. 한국에 처음으로 오시는 만큼 멋진 활약으로 보답하고 싶다"라고 말한 약속을 지키는 듬직한 아들이었다.

 

4. 10,117명, 제주 올 시즌 홈 최다 관중.

 

10,117명. 수원, 서울, 전북 등의 경기장이 아니다. 제주와 상주 K리그 14라운드 경기를 찾아온 관중들의 숫자다. 공짜표를 뿌리지도 않았다. 주황색 티셔츠 공짜 입장 이벤트도 없었다.

 

지난 시즌 제주의 홈 평균 관중은 4,498명으로 16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관중 실집계가 시작된 올 시즌부터 제주는 6경기에서 평균 6,224명을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관중 수를 실집계 함에 따라 관중 부풀리기가 사라졌고 여러 구단의 관중 수가 하락했다는 점을 볼 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주의 박경훈 감독과 산토스는 홈 경기 관중이 2만 명이 넘으면 오렌지 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한 송진형은 관중 1만 5천명이 넘으면 윈디스와 함께 춤을 추겠다고 했다. 제주는 '작전명 1982' 이벤트 등 다양한 밀착 마케팅과 더불어 감독,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신화' 구자철이 방문한 강원전에서도 관중 수 1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오렌지색 염색과 댄스가 구자철을 넘어섰다. 이제 도민들은 박경훈 감독과 산토스에게 오렌지색 염색약을 선물하자. 그리고 송진형은 지금 당장 강수일에게 셔플 등 다양한 댄스들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전수받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