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러시앤캐시컵 2011' 8강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2로 수원이 승리하며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는 수원의 짜릿한 승리였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제주 팬들은 즐겁고 감동적인 시간을 보냈다.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입구에는 5월 8일 경기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지난 21일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신영록의 그라운드 복귀를 바라는 운영보드가 운영돼 많은 팬들이 응원의 한마디를 남겼다.

"영록바는 꼭 돌아올 것"


▲ 신영록의 그라운드 복귀를 기원하는 최병국 씨와 친구들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대학생 최병국 씨는 "군대에서 전역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이제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러왔다. 오늘 신나게 응원을 하고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겠다."라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전부터 신영록 선수의 팬이었는데 쓰러져 있는 동안 가슴이 너무 아팠다. 몇일 전 의식을 찾은 모습을 보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다시 한 번 그라운드에서 신영록 선수를 보고 싶다."라며 신영록 선수의 쾌유를 기원했다.


'그.라.운.드.가.너.를.기.다.린.다'


한편 이날 경기서 선발 출전한 제주 선수들은 의식을 되찾은 신영록을 위해 '그.라.운.드.가.너.를.기.다.린.다' 라는 응원 메시지가 한 글자씩 적힌 신영록의 10번 유니폼을 입고 퍼포먼스를 연출해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 신영록 선수의 10번 유니폼을 입고 나오는 제주의 선수들

또한 교통사고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던 '제주의 건아' 심영성은 2009년 11월 1일 강원 전 이후 1년 7개월 만에 제주 팬들 앞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그는 경기 내내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며, 김은중 홀로 고군분투하는 제주의 공격진에 큰 힘이 될 것을 예고했다.

'100원의 행복'

한편 경기장 E구역에서 열린 '100원의 행복'이라는 행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제주를 사랑하는 팬들이 운영하는 이 행사는 경기마다 팝콘, 음료 등을 100원에 제공하고 수익금은 연말에 불우이웃돕기에 쓰일 예정이다.


▲ 경기장을 방문한 김재원 씨

경기장을 찾은 김재원 씨는 "지난 경기부터 팝콘 맛에 빠져버렸다. 큰일이다. 1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간식을 먹으면서 축구를 볼 수 있어 매우 좋다. 게다가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하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비록 규모는 작지만, 정성이 담긴 행사들로 인해 제주의 축구 팬들이 경기장으로 더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로 원정 응원을 온 다른 지역 축구팬들 또한 이런 행사들을 보고 느끼며 제주의 지역 이미지도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100원의 행복'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신영록의 의식회복과 심영성의 복귀, 그리고 제주 팬들의 축구사랑이 함께 어우러진 '감동의 하모니'는 축구가 줄 수 있는 또 다른 감동을 남겼다.

K리그 명예기자 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