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 예감은 절망이 되고, 희망은 환희가 되는 순간. 사진 출처: 뉴시스 >

'누군가에게는 환호와 기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허탈함과 절망을.' 오늘 광주와 제주의 경기가 그랬다.
3월 18일 일요일 17시.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12 K리그 3라운드 광주와 제주의 경기는 종료 직전 슈바의 역전골이 들어가면서 3대2로 광주가 승리했다. 광주는 후반 막판까지 2-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홈 7경기 연속 무승의 징크스를 탈출했다. 한편, 제주는 이날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리를 예감했지만 뒷심 부족과 수비 실수로 인해 최근 원정 경기 7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다.


출발이 좋은 광주였다. 경기 시작 2분만에 김동섭이 득점에 성공하며 앞서나갔다. 후방에서 올라온 평범한 크로스를 이승기가 힐패스로 김동섭에게 연결했고, 김동섭은 이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골문으로 밀어넣었다. 제주 수비진의 안일한 대처가 아쉬웠다. 실점 후 더욱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전개한 제주는 전반 20분에 동점에 성공한다. 패널티 박스에서 산토스의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쇄도하던 배일환이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5분, 제주는 다시 배일환이 역전골까지 성공시키며 앞서나가기 시작한다. 송진형과 산토스가 패널티 박스 바깥쪽에서 이대일 패스를 통해 광주의 수비진을 붕괴시켰고 반대쪽으로 크로스한 공을 배일환이 정확하게 골문으로 밀어넣었다. 이후 여유를 찾은 제주는 자신들의 특기인 점유율을 늘리며 광주의 골문을 계속해서 위협했다. 광주는 후반들어 복이의 포스트를 이용한 공격은 실종됐고 튼튼했던 압박 수비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광주의 젊은 선수들에게 포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후반 42분, 계속해서 전방으로 볼을 연결하며 공격을 시도한 끝에 주앙 파울로가 PK를 얻어냈고 자신이 직접 득점까지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추가시간은 3분이 주어졌고 시간이 흘러 1분이 남은 상황. 후반 30분, 박희성을 대신해 들어간 '돌아온' 슈바가 사고를 쳤다. 후반 47분, 파울로의 패스를 받은 슈바는 강력한 오른발 땅볼 슛으로 대역전골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그는 '내가 다시 돌아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속옷 세리모니를 펼치며 환호했다.
이날 승리로 광주는 개막 후 2승 1무, 제주는 1승 1무 1패를 기록했으며 각각 부산과 수원과의 4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 속옷 세리모니를 펼치고 있는 슈바. 사진 출처: 뉴시스 >

1. 돌아온 슈바

'내가 다시 돌아왔다.'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슈바는 유니폼을 들어 올리며 속옷 세리머니를 펼쳤다. 유니폼 속 티셔츠엔 한글로 '내가 다시 돌아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곧이어 종료 휘슬이 울리고 슈바는 그라운드에 엎드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기쁨, 환호, 감사의 의미가 들어있는 눈물이었다.

대전과 전남에서 5시즌 동안 117경기에 출전, 46골 21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인정받은 슈바. 그러나 포항에서 보낸 2011년은 컨디션 저하와 잦은 부상으로 제 실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포항에서 방출된 슈바는 브라질로 돌아갔고 2012년을 앞두고 광주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그는 지난 포항전에서 15분간 그라운드를 밟으며 '감'을 익혔고, 오늘 제주와의 경기에서 자신에게 온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슈바를 포함한 광주의 '복주슈 트리오'는 이날도 제주의 수비진을 괴롭히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2. 제주, 공격-합격. 수비-미완성.

개막 후 3경기를 치르며 1승 1무 1패. 6득점 5실점을 기록한 제주. 공격력에 비해 아직은 안정적이지 못한 수비력이다. 수원이나 울산, 전북 등 강팀들은 탄탄한 수비력이 승리에 원동력이다. 그러나 제주는 중요한 순간에 수비 실수,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내며 무너졌다. 오늘도 3골 모두 제주 수비진의 안일한 대처에서 나타난 '참사'였다.

최원권(박진옥)-홍정호-마다스치-허재원 으로 구성된 제주의 수비라인은 K리그 수준급 수비진임에도 불구하고 개막 후 계속해서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은 합격점을 받았다. 박진옥과 허재원은 틈만 나면 측면을 공략하며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수비도 괜찮았다. 박진옥은 광주 파울로의 빠른 돌파를 잘 막아내며 무난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중앙 센터백인 홍정호와 마다스치는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상대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자주 허용했다.
제주의 허리를 담당하는 권순형-송진형이 공격가담이 많은 것도 약점이다. 이들이 공격에 가담할 경우 수비라인과의 공간이 생기면서 상대에게 역습을 자주 허용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박경훈 감독이 만드는 공격적인 전술은 이미 K리그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수비 또한 그들이 해결해야할 숙제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3. 배일환, 포텐 폭발! 호벨치는?

이날 패하긴 했지만 제주의 경기력은 무난했다. 특히 배일환은 2골을 몰아치며 지난 개막전에 이어 총 3골을 기록하게 됐다. 팀내 최고 득점자이다. 박경훈 감독은 배일환을 '제2의 이근호'로 만든다고 했다. 닮았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의 활동량과 저돌적인 돌파. 득점력 또한 갖췄다. 아직 젊은 선수라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고 매 라운드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문제는 호벨치다. 경험이 많은 호벨치는 개막 후 3경기를 치렀지만 아직 득점이 없다. 경기마다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득점에 관여는 하고 있지만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몇 차례 좋은 기회를 맞이했지만 골키퍼 선방 등으로 막히며 아쉬운 골결정력을 보여주었다. 빠른 시일내에 마수걸이 골이 터져 그의 좋은 활약을 기대해본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광주. 이날의 승리는 광주의 1년 농사에 있어서 큰 힘이 될 것이다. 김은선, 유종현, 이승기, 김동섭 등 젊은 선수들의 투지를 엿볼 수 있는 승부였다. 광주의 최만희 감독은 허재원, 박병주를 제주로 이적시키고 이를 갈았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광주의 돌풍이 계속되는걸까? 
제주는 골대만 3번을 맞혔다. 지독하게도 운이 없었다. 과연 이 원정징크스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봐야겠다. 박경훈 감독의 3월 목표였던 3승 1무는 물건너갔다. 제주의 다음 상대는 우승후보 수원이다. 권순형-송진형의 중원듀오가 수원의 박현범-이용래를 견뎌낼 수 있을지도 기대가 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K리그가 개막했다. 352일간의 대장정이다. 1라운드를 치러보니 희비가 엇갈린 팀들이 많다. 제주와 인천의 경기가 그랬다. 인천은 설기현, 김남일 2002년 멤버들이 복귀하면서 올 시즌 다크호스로 평가받았지만 임금체불 문제 등 때문인지 젊은 선수들로 리빌딩을 선언한 제주에게 잡혔다. 방울뱀 축구를 구사하는 제주는 상상이상이었다. 산토스는 여전히 명불허전이었으며 배일환, 자일, 호벨치의 공격력은 파괴력이 넘쳐났다. 권순형, 송진형은 중원에서 날아다녔으며 홍정호, 마다스치가 지키는 수비벽은 두텁기만 했다. 이에반해 부산은 수원에게 잡혔다. 부산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의 살림꾼인 김한윤이 부상당하더니 주전 수비수 대부분이 동계훈련에서 부상, 시즌아웃되었다. 더군다나 상대팀은 수원이었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수원은 우승후보 0순위로 뽑히며 여러구단의 기피대상 1호였다. 그렇지만 수원과 부산의 경기를 본 팬들은 부산의 수비력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수원의 공격력도 무시무시했지만 그걸 다 막아내는 수비력도 굉장했다고 한다. 3월 10일 토요일 17시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부산과 제주가 만난다. 예상을 깨고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기세가 등등해진 제주와 험난한 행보를 예고한 부산의 K리그 2라운드 경기 관전포인트 몇가지를 미리 살펴보자.

1. '중원 공백' 부산, 비밀 병기 맥카이 카드 꺼낼까?
                                                    
가시밭길이다. 지난해 후반기 매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6강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험난하기만 하다. 팀의 에이스였던 '한페르시' 한상운은 성남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AFC 챔피언스리그 2010시즌 득점왕 호세 모따를 영입했다. 그리고 어느새 베테랑이 되버린 골잡이 방승환을 영입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10경기 6골을 기록하며 올 시즌이 더 기대되는 단신 공격수 파그너가 건재하다. 하지만 공격진에 이들만으로는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미드필더에 에이스 임상협과 히든카드 한지호가 받쳐주고 있지만 상위 8개 팀에 부산의 이름이 들어가려면 공격력 강화가 필수다. 그래서 비밀병기 맥카이를 영입했다. 호주 국가대표로서 셀틱과 함께 SPL 양대산맥 레인저스 출신이다. 그만큼 실력도 출중하다. 센스가 있고 특히 왼발이 위협적이다. 또한 중앙,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재다능함까지 갖추고 있다. 그만큼 안익수 감독이 거는 기대가 크다. 그리고 맥카이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은 지난 1라운드 수원과의 경기에서 박종우-김한윤 중원조합이 아닌 박종우-파그너라는 '파격'을 선택했다. 그러나 안익수 감독의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동계훈련에서 가벼운 부상을 당해 벤치에 있던 김한윤이 교체 투입했지만 경기 결과는 1-0 패배였다. 제주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는 박종우-맥카이 조합이 예상된다. 비밀병기 맥카이의 실력은 어느정도 일까 기대된다.

2. '상승세' 제주, 원정에서도 방울뱀 축구 구현될까?

아직 한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현재 '2위'다. 제주의 입장에서는 정말 그립고 아쉬운 순위가 아닐 듯 싶다. 2010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뤘지만 이듬해인 작년에는 9위로 곤두박칠 쳤다. 그래서 올해는 모두가 벼르고 있다. 첫 단추는 발 꿰맸다. 다크호스 인천을 3-1로 완파하며 기분 좋은 개막전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문제는 2라운드 부산과의 경기가 원정경기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 제주는 홈에서 부산과 개막전을 치렀다. 결과는 2-1 승리. 그러나 10월에 원정에서 다시 만난 부산과의 경기에서는 졸전을 거듭하더니 3-1 완패를 당했다. 그래서 걱정과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제주는 승리를 따낸 인천을 포함해 부산, 광주, 수원과 3월에 총 4경기를 치른다. 박경훈 감독은 3월에 3승 1무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올 시즌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중 부산과의 경기가 제일 중요하다. 첫 원정경기이기 때문이다. 동계훈련을 통해 좋은 팀으로 다시 태어난 제주는 그들의 축구가 홈 뿐만 아니라 원정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그리고 부산의 수비진은 지금 줄부상을 당해 주전급 선수들이 이탈해있다. 좋은 기회다. 산토스를 중심으로 배일환, 자일, 호벨치의 선발출전이 예상된다. 그리고 후반 조커 기용이 예상되는 강수일과 서동현, 심영성 등이 대기 중이다. 제주의 화력을 따져볼 때 부산은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이다.

3. 상대전적 49승 47무 42패 부산 우세. but

역대 상대전적은 49승 47무 42패로 부산이 약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의 박경훈 감독 부임 후 상대 전적은 3승 1패로 제주의 우세다. 안익수 감독 부임 후 전적은 1승 1패 동률이다. 지난 시즌 양팀은 전남, 경남등과 함께 치열한 6강 경쟁을 펼쳤다. 제주는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패했고 이에 반해 부산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예상할 수가 없다. 그래도 어느 한쪽 손을 들어야한다면 제주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일단 부산의 스쿼드가 최강 전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요한, 여효진, 황재훈 등이 부상으로 수비진을 이탈해 있다. 박용호와 이경렬 등 즉시전력감이 수혈됐지만 동계훈련내내 호흡을 맞춘 이들의 공백은 타격이 크다. 또한 맥카이가 출전이 예상되는 중앙 미드필더에서 박종우와의 실전 호흡이 불안하기만 하다. 파그너의 중원 기용은 실패, 김한윤은 수원과의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제주와의 경기에서 출전 할 수가 없다. 제주의 에이스 산토스는 매 시즌이 전성기다. 특히 올해 제대로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이들이 산토스의 드리블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일과 배일환 등 윙포워드가 지키는 측면은 인천과의 경기에서 최고의 공격 루트였다. 호벨치의 득점력 또한 위협적이다.

4. 부산의 임상협 vs 제주의 송진형. 꽃미남 매치!

10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찾아가는 여성 축구팬들은 눈 또한 즐거울 것이다. 이미 K리그 최고의 꽃미남으로 인정받고 있는 임상협과 프랑스에서 돌아온 귀공자 송진형을 그라운드에서 한번에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들에게 뒤지지 않는, 그렇지만 이 둘 덕분에 한 순간 들러리가 되버린 박용호, 권순형, 남준재 등 잘생긴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올해는 정말 꽃미남 축구선수들이 어느 해보다 풍년인 해다. 잘생긴 선수들만 끌어모아 베스트 일레븐을 구상할 수 있을 정도다. 암튼 지금 당장 꽃단장하고 꽃미남들을 보러 갈 준비를 하자. 꽃미남 선수들이 많아 지는 것이 너무 좋다. 우리 K리그도 야구 못지 않게 축구장에 여성 팬들을 많이 모을 수 있지 않은가?! 



2012년 3월 4일 15시,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1라운드 경기가 있었다. 허정무 감독의 인천은 시즌을 앞두고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들인 김남일과 설기현을 영입하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팀이었다. 그러나 제주는 주전의 대부분이 이적과 군입대 등으로 이탈하며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었다. 뚜껑을 열자 기대는 우려가 되었고 우려는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제주는 산토스를 중심으로 배일환, 자일, 호벨치의 공격력을 앞세워 시종일관 인천을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결과는 3대1 제주의 승리였다.

1. 2012년 K리그를 뒤흔들 제주의 'Fantastic4'

이날 제주 공격진의 점수는 백점이었다. 산토스는 최전방 공격수 바로 밑에서 처진 공격수 역할을 하며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MOM에 선정되었다. 그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역시 제주의 에이스였다. 단신이면서도 빠른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트렸으며 양쪽에 윙포워드들과의 호흡도 잘 맞아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팀을 이탈했다 다시 돌아온 자일은 지난 시즌 상반기에 보여준 것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빠른 발과 정확한 킥이 장점인 그는 산토스의 골을 어시스트했으며 직접 골까지 넣으며 제주 팬들에게 작년의 민폐를 실력으로 갚았다.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 호벨치는 이날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이타적인 플레이로 다른 공격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스타는 산토스도 자일도 아니었다. 배일환. 많은 팬들에게 낯선 이름일 것이다. 지난 해 입단해 컵 대회 2경기 출전에 그친 배일환은 오늘 정규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과 팀의 시즌 첫골, 그리고 승리까지 쟁취하며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왼쪽에서 송진형이 올린 크로스를 헤딩으로 집어 넣으며 경기장을 함성으로 가득 채운 그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 까지 지칠 줄 모르는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며 골대를 맞추는 등 오른쪽 터치라인을 지배했다.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 그 자체였다.


2. 권순형-송진형, '美드필더 듀오' 경기장 안팎으로 팬심을 사로잡다.

제주에게는 '구자철,박현범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 다녔다. 지난해에는 오승범-김영신 등 여러 선수가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시즌을 앞두고 강원에서 권순형을 데려오더니 프랑스 2부리그에서 뛰던 송진형까지 영입했다. 먼저 술렁이기 시작한 것은 그들의 축구실력에 반한 남성팬들이 아닌 여성팬들이었다. K리그에서 손꼽힐만한 외모를 소유한 이들은 제주의 여성팬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장에서는 남성팬들이 열광했다. 경기조율과 운영, 수비수들과의 호흡, 좌우로 시원하게 전개해주는 롱패스, 칼같은 전진패스 등 이제 그립기만한 구자철, 박현범을 잊기에는 충분했다. 대학시절 넘버원 미드필더로 명성을 떨쳤던 권순형과 기술력이 좋은 해외파 출신 송진형. 중원싸움은 정혁, 김남일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3. 최원권-홍정호-마다스치-허재원의 4백, 높다. 견고하다. 빠르다.

국가대표급 수비 라인이다.  2년간 제주의 든든한 기둥이었던 '캡틴' 김은중이 강원으로 떠났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 출신 베테랑 수비수 최원권이 주장 완장을 이어받았다. 이미 그는 K리그에서 증명된 측면 수비수다. FC서울에서 상무를 거쳐 작년에 제주에 둥지를 틀었지만 부상으로 보여준 것이 많지 않다. 올해는 다르다. 동계훈련에서 만들어진 몸은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코칭스텝과 후배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역할의 중책을 맡은 최원권은 시즌을 앞두고 제주를 얕본 팀들에게 한방 먹이겠다고 이미 선포했다. 인천전은 시작이었다. 빠른 드리블로 측면을 지배한 그는 배일환과의 호흡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틈만 나면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날카로운 크로스로 인천 수비진을 위협했다. 국가대표 재승선도 노려볼만하다! 홍정호는 두말할 필요없는 한국 최고의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이다. 2012년에 있는 런던 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해외진출도 노리고 있다. 각급 대표팀 차출로 인한 혹사. 즉, 부상만 피해간다면 올해도 역시 최고의 활약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호주 출신 수비수 마다스치는 세리에a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실력파다. 그리고 홍정호와의 호흡도 괜찮다. 홍정호, 마다스치 중앙 수비수 라인 앞에서 인천의 공격은 무용지물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전에 설기현을 투입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허재원은 제주의 새로운 얼굴이다. 지난 해 광주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으며 베스트 일레븐 후보에도 올라가며 검증이 끝난 선수이다. 이날도 활발한 오버래핑과 강력한 수비력으로 인천의 공격수, 수비수 모두 당황케하며 자신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제주의 수비진은 1골을 실점했다. 후반 종료 직전 인천 김태윤의 코너킥이 그대로 골문을 들어간 것이다. 집중력의 문제였다. 시즌이 진행되고 정신만 차린다면 문제될 것이 없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제주의 수비력은 괜찮았다 할 수 있다.


볼 점유율 53-46. 제주 박경훈 감독이 추구하는 방울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볼 점유율이다. 권순형, 송진형 등 중앙 미드필더의 볼 점유부터 시작해 빠른 스피드로 산토스 등 공격진으로 이어지는 원샷원킬의 제주산 방울뱀들은 이미 인천이라는 다크호스를 잡는데 성공했다. 슈팅숫자도 19-9로 화끈한 공격력을 선사하며 팬들에게 신바람 나는 축구의 기대감을 품어줬다. 제주의 K리그 2라운드 경기는 부산원정이다. 부산은 수원과의 경기에서 수원에서 파상공세를 모두 막아내며 엄청난 모습을 보여줬다. 제주의 방울뱀 축구가 부산에서도 구현될지 기대가 된다.



저는 전문가도 아무것도 아닌 그냥 축구팬입니다. 당연히 제 리뷰는 아마추어 수준의 글이고 잘못된 정보가 가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해해주시고 그냥 가볍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K리그가 30주년을 맞이한다. 또한 내년부터 실시되는 승강제의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이 실시된다. 16개팀이 정규리그 30경기를 치른 뒤 상위 8개팀과 하위 8개팀으로 나뉘어 홈앤드어웨이로 14경기를 더 치르게 된다. 하부리그의 성적에 따라 몇몇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된다. K리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무대가 되기 위해서는 승강제는 필수이다. 즉, 이제 K리그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진년, 흑룡의 해를 맞아 각오를 다지는 선수들이 있다. 2010년 준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세대교체를 단행한 제주 유나이티드(이하 제주)의 88년 동갑내기 친구들. 배일환, 김준엽, 오반석, 송호영, 남준재가 바로 그들이다.
 

김준엽(출생 1988-05-10/ 입단 2009.11)

김준엽이라는 이름은 제주 팬은 물론 축구 팬에게 생소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2009년 홍정호, 이현호 등과 함께 제주에 입단한 김준엽의 원래 포지션은 공격수였다. 그는 입단 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R리그를 통해 꾸준히 경기감각을 키워왔다.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는 않았지만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도 있고 공격수로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중반 R리그 경기에서 김준엽이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경기를 뛰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이 경기에서 그는 수비수로서 첫 출전을 했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활동량을 보여주며 동료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 놀라움과 기대를 선물했다. 그리고 2011 K리그 26라운드 전북과의 경기에서 생애 첫 정규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물론 공격수가 아닌 오른쪽 풀백이었다. 데뷔전이며 본래 포지션인 공격수가 아닌 풀백으로 뛴 그는 안정된 수비와 적극적인 공격력을 선보인 것으로 평가되며 K리그 베스트 11에서 선정되었다. 그의 포지션 변경은 부상 중이었던 주전 풀백 최원권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닐까 라고 예상되지만 지난 몇 경기에서 국가대표 주전 풀백 차두리의 모습이 오버랩될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2년, 아니 앞으로 김준엽의 행보에 주목이 된다.

송호영(출생 1988.  / 입단 2011)

제주 팬들에게 있어, 특히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선수가 있었다. 작은 체구에 귀엽고 앳된 얼굴. 키가 작고 날렵한 모습이 바르셀로나의 메시를 닮아서 제주 팬들은 그를 '제주의 메시'라고 불렀다. 2009년 입단 후 제주의 주전 측면 공격수로 활약한 이현호다. 지난 2시즌 동안 준수한 활약을 했던 그는 2011년 시즌이 끝난 후 성남 송호영과 트레이드 이적을 했다. 제주의 소녀 팬들은 아쉬운 마음과 함께 그를 떠나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제주의 메시'가 떠나니 새로운 메시가 왔다. 이현호와 트레이드된 송호영은 이현호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측면공격수라는 포지션 뿐만 아니라  별명 또한 성남 팬들에게 '송메시'로 불려지고 있었다. 빠른 스피드와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가 장점인 그는 남준재와 함께 배기종, 김영신의 공백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에서 조커로 주로 활약한 그는  제주에서도 후반 조커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특급 조커 송호영의 모습이 기대된다.

배일환( 1988-07-20/ 입단 2010 )

2010년 제주에 입단한 배일환은 지난 1년동안 정규리그 출장 수는 '1경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그 1경기에서 많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1러시앤캐시컵 8강전 수원과의 경기에서 후반 35분 심영성 대신 교체 투입된 그는 데뷔전이었지만 긴장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오히려 팬들에게 '배일환' 이름 석자를 알리는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을 시도했다. 비록 아쉽게 공은 골대 위를 살짝 벗어났지만 이후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 후에 많은 선배들이 그에게 '잘했다'며 위로를 해줬지만 그는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더 잘 할수 있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고 했다. 그는 작년 대부분의 경기를 2군에서 보냈지만 저돌적인 돌파력과 왕성한 활동량, 그리고 골결정력에 있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올해 강원으로 떠난 김은중의 공백을 서동현, 심영성과 함께  제주의 공격을 이끌 기대주이다.


남준재(출생 1988-04-07/입단 2011.07.28 )

지난 시즌 중반 제주로 둥지를 튼 남준재는 1군에서의 활약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군리그인 R리그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을 앞세워 팬들을 매료시켰다. 남준재는 송호영과 함께 성남으로 이적한 이현호의 공백을 매울 수 있는 측면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반석 (출생 1988-05-20/ 입단 2010 )

'2011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오반석은 지난 시즌 제주가 기대하는 수비수 중 한명이었다. 비록 그는 부상으로 인해 시즌 아웃을 당했고 R리그 마지막 라운드 전남과의 경기에서 복귀를 알렸지만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동계 전지 훈련등을 통해 실점감각을 끌어올려 홍정호 등과 함께 제주의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수비진이 좀더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월이 기대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K리그가 기다려진다. 
구자철, 박현범의 이적으로 2011년 슬럼프를 겪었던 제주 유나이티드. 그리고 '캡틴' 김은중의 이적, 배기종, 김호준, 김영신, 강준우 등의 군 입대로 다가오는 2012 시즌이 고단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제주의 '88둥이' 88년 용띠의 젊은 선수들을 필두로 홍정호, 권순형, 강수일 등이 이끄는 '젊어진' 제주 유나이티드는 2010년 준우승의 기적을 위해 지금 이시간에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Again 2010, Je-ju Unitied!



 

11일(목) 제주 시민구장에서 열린 ‘2011 R리그’ 17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이하 제주)와 부산 아이파크(이하 부산)의 경기는 제주가 무려 5골을 터트리는 화끈한 경기력을 보이며 R리그 첫 승리를 거뒀다.


전반 1분, 정다슬의 중거리 슛을 시작으로 기세를 올린 제주는 잠시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며 높은 점유율로 상대를 압박했다. 선제골은 제주의 수비수 강준우가 터트렸다. 전반 15분,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안종훈이 날카롭게 감아 찬 볼을 강준우가 머리로 방향만 바꿔놓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제주는 후반 시작 1분 만에 추가 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권용남의 스루패스를 받은 심영성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심영성은 2분 후 또다시 득점을 추가하며 부산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승기를 잡은 제주는 심영성과 안종훈을 빼고 배일환과 삥요를 교체 투입했다. 교체 투입된 배일환은 후반 36분, 37분에 연달아 득점을 추가하며 사실상 승리를 확정 지었다.

부산은 경기 종료 직전 주익성이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치며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한편, 제주는 25일 송라 구장에서 포항과, 부산은 18일 강동 구장에서 울산과 R리그 18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있다.

<배일환 선수 인터뷰>


경기 소감
- 오늘의 승리는 더운 날씨에 고생한 팀원들에게 바친다.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는 떨어진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R리그 개막 후 제주의 첫 승이다.
- R리그 개막 후 승리가 없어 팀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어 있었다. 또한, 1군은 잘하는데 2군은 못해서 선수들도 기회를 못 잡고 있었다. 이번 경기를 계기로 기회를 붙잡고 싶다.

후반 투입 후 2골을 넣었는데?
- 한동안 미드필더를 보다가 오랜만에 공격수를 보니 골에 굶주렸던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 지금이 힘든 시기이며 처음의 당찬 포부가 많이 사라져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비상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


K리그 명예기자 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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